대리구장 강론

마리아의 겸손

다해 성모승천대축일

(2019.8.15.10:30,복산성당)

 

찬미예수님! 존경하는 교우 여러분 무더위에 고생 많으십니다.

 

주님께서는 늘 여러분과 함께하시면서 여러분이 힘든 삶속에서도 나름의 의미와 행복을 느끼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

오늘은 구세주의 어머니시요 모든 그리스도인의 어머니이시며, 교회의 전형이고 우리 그리스도인의 이상적인 모습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천상에 오르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관통하는 물음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입니다. 이 물음에 오늘 독서와 복음 마리아의 겸손으로 그 답을 주십니다.

 

1독서 요한묵시록에서 말하고 있는 계약의 궤는 구약성경에서 사막을 거쳐 약속된 땅을 향한 도정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옮겨가던 하느님이 머무시는 곳입니다. 이 하느님이 머무시는 는 만 아홉 달 동안 아기 예수님이 머무셨던 마리아의 태중(자궁)에 어울리는 상징입니다. 그래서 여인은 예수님을 낳으신 마리아의 상징입니다. 용은 묵시록 129절에 의하면 악마 또는 사탄 또는 창세기에 낙원에서 인류원조를 유혹한 뱀을 표상하고 있습니다. 이 용은 아이 곧 하느님이신 아들 예수님과 맞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용은 하느님께서 보호하시는 여인을 거슬러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여인이 쓰고 있는 열두 개의 별로 된 관은 여인이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를 상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교회와 성모님의 이미지가 겹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복음서와 사도행전은 성모님을 교회의 전형, 그리스도인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이해서 특별히 교회의 전형이고 그리스도인의 이상적인 모습이신 성모님의 품격들 중에서 특별히 겸손함을 묵상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에서 성모님의 태중, 곧 자궁과 계약의 궤의 관계에 관한 신학적인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만, 원래 마리아는 우리와 전혀 다른 특별한 분이 아닙니다. 마리아는 어느 시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아가씨의 모습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그런 분입니다. 다만 우리와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오직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하느님의 계획에 겸손함으로 하고 순명하신 것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 대한 당신의 사랑의 크심을 드러내시기 위해 먼저 한 여인의 자궁 속에서 스스로 작아지시고 낮아지심으로 사람이 되셨습니다. 가난한 시골 처녀 마리아도 동정잉태라는 전혀 이해할 수도 없고 사리에도 맞지도 않은 하느님의 계획을 맞이해 온전히 스스로 작아지고 낮아지는 겸손으로 응답하셨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낮추심과 겸손하심은 마리아의 겸손함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십시오. 복음의 앞부분은 엘리사벳이 사촌 동생 마리아의 방문을 받고 성령에 이끌려 마리아를 향해 외치는 노래를 전해주고 있습니다.“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마리아가 하느님의 계획에 겸손함으로 응답하신 분이기 때문에 행복하신 분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엘리사벳은 남편 즈가리아를 통해 마리아와 유사한 특별한 잉태인늦은 잉태사건을 접했습니다. 즈가리아는 전혀 이해할 수도 없고 사리에도 맞지 않은 하느님의 계획을 천사로부터 접했지만, 마리아처럼 응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리아의 잉태와 엘리사벳의 잉태는 다릅니다. 그래서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겸손함을 칭송하고 찬미한 것입니다.

 

그리고 복음의 후반부는 마리아가 성령에 이끌려 부른 마리아의 노래(마니피캇)으로서 하느님이 이루실 구원의 역사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습니다.” 이 노래는 마리아가 가지고 계신 겸손함의 모습을 하느님께서 알아주시고 받아주셨음에 감사하는 노래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이 노래는 하느님의 구원대상이 갖추어야 겸손함을 강조하는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시다시피 마리아의 일생은 겸손함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신 아들의 잉태소식을 접할 때부터 당신의 아들이 30년 동안 활동하시는 내내 겸손함으로 지켜보셨고, 그리고 당신 아들이 잡혀가셔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실 때와 죽으신 당신의 아들을 안으실 때도 오직 겸손함으로 함께하셨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뒤 초기 교회가 어려가지 어려움이 처했을 때도 교회의 어머니로서 묵묵히 겸손함의 모습으로 당신의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마리아의 일생은 이렇게 하느님께 겸손함으로 이루어졌기에, 2독서의 말씀처럼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 그분께 속한 이들의 첫째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마리아의 일생이 당신의 겸손함으로 예수님의 삶과 수난과 죽음에 까지 친밀하게 결합되어 계셨기에 모든 사람에 앞서 우선권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마리아만큼 완전히 하느님과 예수님께 속하지 못했기에, 아무도 마리아만큼 드높게 그분의 영광을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리아의 승천의 영광은 우선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성모승천 교리가 믿을 교리로 선포되었을 때 특별한 이유입니다. 성모승천 교리가 믿을 교리로 선포된 것은 1950년에 비오 12세 교황님 때였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시기는 2차 세계대전 직후로서 전쟁에 의해서 인간성 자체가 파괴된 때입니다. 교회는 당시 비참한 인간성 상실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인간이 얼마나 위대하고 귀한 존재인가를 들어내 보이기 위해 성모승천을 믿을 교리로 선포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비천하고 겸손한 시골처녀 마리아가 예수님 부활의 첫째 영광을 입고 승천의 영광을 얻은 것처럼, 우리 모든 인간도 마리아와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귀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1950년대 그 시대와는 다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시대도 당시와 같은 인간성 상실의 시대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시대는 물질중심주의와 경제우선주의에서 비롯된 무역전쟁으로 세계의 기본 질서가 무너져 오직 돈과 힘이 우선인 혼란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거기다가 현재 이 세상을 리드하는 주요 지도자들은 갈수록 천박해져 더욱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허풍과 거짓말로 자기 자랑하느라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큰 나라의 지도자, 과거의 반성이 현재와 미래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해 이웃에 힘자랑하는 이웃의 지도자, 자기의 딱한 처지를 인정하지 못하고 허구에 허구를 덧칠하고 있는 동포 지도자, 국민의 소리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우리 여야 지도자. 정말 모두 겸손해지면 좋겠습니다. 마리아처럼 말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마리아처럼 하느님 앞에서 정말 겸손해야하겠습니다. 우리 세상의 인간성 회복은 우리각자의 겸손함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올해 성모승천은 성모님의 겸손을 본받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 안에 여러분과 함께 계시면서, 여러분이 겸손의 삶을 통해 성모님을 본받아 여러분의 삶이 더욱 주님과 일치해지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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