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너는 너무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다해 연중16주일 강론, 2019.7,21 전하 성당)

찬미예수님!

존경하는 교우 여러분 요즘 먹고 사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한 주일 동안 직장에서 가정에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좌우에 앉아계신 분들과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면서 서로 열심히 사느라 수고하셨다고 격려하고 위로하십시다.’고생 많았습니다.

 

주님께서는 늘 여러분과 함께하시면서 여러분이 힘든 삶속에서도 의미와 행복을 찾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 모두 세상을 열심히 살고 있지만, 도대체 많은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사는 것이 곧 잘 사는 것인가? 그것이 과연 의미있는 삶인가? 행복한 삶인가? 도대체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을 방문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뿐 아니라 제자들까지 함께 갔다면, 집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마르타는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것입니다. 그러니 동생 마리아의 의무는 당연히 부엌에서 언니를 도와주는 일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당시 유다전통에 따르면, 여성은 라삐가 가르치는 자리에 함께 앉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동생 마리아는 부엌일은 팽개치고 예수님 앞에 앉아 그 분의 말씀을 듣고 있으니, 언니 마르타로서는 동생의 처신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마리아가 아닌 마르타를 조용히 타이르십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너무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예수님은 마르타를 너무 잘 아셨기에 그를 사랑하는 마음, 안타까운 마음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이런 뜻일 겁니다.‘마르타야, 마르타야! 우리는 소박하게 식사하면 된다. 그러니 음식을 많이 준비할 필요가 없단다. 너는 항상 정말 많은 일에 염려하고 걱정하며 살아가는구나! 그러나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있지 않겠니?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란다. 동생 마리아는 그것을 잊지 않고 항상 실천하려고 애쓰고 있구나.’ 아마도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신 후 마리아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셨을 겁니다. ‘마리아야 가서 언니를 도와주어라예수님께서 마르타에게 하신 말씀은 결코 질책이나 꾸지람이 아닙니다. 그녀가 삶의 올바른 방향을 찾도록 도와주시려는 격려와 위로의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르타와 마리아의 이야기를 통해 예수님께서 마르타에게 하신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너무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는 이 말씀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게 하신 말씀이기도 합니다. “요셉아,베드로야! 프란체스카야! 안젤라야! 너는 너무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마르타에게 하신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마음, 안타까운 마음으로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하시기 위해 말씀하십니다. 우리 자신보다 우리를 더 잘 아시는 예수님께서 우리가 우리자신의 삶의 방향, 삶의 중심을 갖고 보다 더 완성된 삶을 향해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라시는 마음에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오늘 제1독서를 볼까요? 오늘 1독서의 주인공인 아브라함은 일생을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사셨던 분입니다. 당시 아브라함이 처한 상황은 간단치 않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자기 고향을 떠나 먼 곳인 가나안(팔레스티나)땅으로 갔습니다. 비록 그 땅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곳이긴 하지만, 현실은 기름진 땅이 아니라 물이 부족한 쓸모없는 그런 땅이었고, 이미 그 곳은 여러 민족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늙은 나이에 아직 대를 이을 친아들조차 없는 그런 절박한 처지였다. 만일 아브라함이 자기 현실을 탓하며 오직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면서 현실에만 매몰되어 살았다면 결코 독서말씀처럼 ‘“눈을 들어자기 앞에 서 있는 손님들을 보지 못했을 것이고, 친아들의 얻는 하느님의 축복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아브라함은 비록 어려운 현실 가운데서도 항상 하느님과의 계약의 말씀, 약속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그 충실한 신앙생활을 했던 사람입니다.

 

오늘 제2독서의 사도 바오로 역시 누구보다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말씀대로 사신 분이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당시 로마의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콜로새 신앙 공동체가 잘못된 가르침으로 서로 분열되고 심지어 믿음을 포기하는 신자들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런 편지를 쓴 것입니다.“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당신 말씀을 선포하는 일을 완수하라고 나에게 주신 직무에 따라, 나는 교회의 일꾼이 되었습니다.”(콜로 1, 24~25) 바오로는 그리스도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지만, 고통을 통해 맺게 될 열매를 생각하며 그 고통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바오로 사도가 누구보다 주님의 말씀에 충실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현재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너무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면서 바쁘게 살아왔고, 여전히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분주하게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이 열심히 사는 사람. 성실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인정해 왔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영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또 다른 어떤 면에서는 보면 이런 생각은 편견이고 잘못된 고정관념의 오류이지요. 오죽했으면 외국 사람이 한국에 여행 와 제일 먼저 배우는 한국말이 빨리 빨리라고 하겠습니까? 한국의 국제전화 번호도 ‘82 빨리입니다. 물론 이런 우리사회의 빨리 빨리의 바쁘게 살아가는 문화가 7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 시대에서 성장의 원동력임에도 틀림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대를 되돌아보면 분명히 우리의 삶이 모든 것을 너무 빨리 빨리하며 오직 앞만 쳐다보고 살아오면서, 우리가 놓쳐 버리고 소홀히 한 소중한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마리아처럼 아브라함처럼 바오로처럼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때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로 사는 것인지? 지금 나의 삶의 방향이 맞는것인지? 내가 하는 많은 일들이 과연 나의 삶의 의미와 진정한 행복에 부합하는지? 나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은 무엇이며, 그것들을 내가 놓치고 있는지? 나의 생각과 말과 행위가 주님의 뜻에 합당한 것인지를 알 수 있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현재의 삶에 충실하면서도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의 뜻에 부합하는 신앙과 최선을 다하는 현실의 생활이 모순되지 않지 않고 서로 융합하고 일치된 온전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교우 여러분! 이번 주 한 주일 살아가면서 오늘 독서와 복음의 말씀이 내 삶에 의미를 주는 살아있는 말씀이 될 수 있도록 우리 각자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알렐루야의 말씀처럼, 주님께서 살아있는 당신의 말씀이 여러분 안에 여러분과 함께 있으면서 여러분의 삶이 더욱 의미와 행복을 느끼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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