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28호 2015.05.17 |
---|---|
글쓴이 | 염철호 신부 |
창세 1, 26에서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며“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라고 말씀하시는데, 하느님은 한 분 아니신가요?“우리”는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염철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jubo@catb.kr
어떤 학자는 이 구절에서 이스라엘 초기의 다신교적 흔적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분이신 창조주 하느님을 이야기하는 창세기 저자가 굳이 다신교적 흔적을 남기기 위해“우리”라고 표현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초대 교회 교부들은“우리”가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삼위일체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하느님이 천사들에게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어떤 설명이 적절하든 문법적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우리말 성경에서‘하느님’으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단어는‘엘로힘’입니다. 이 단어는‘신’을 뜻하는‘엘로하’의 복수형으로“신들”이란 뜻입니다. 하지만 히브리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이나 경계가 없는 것을 표현할 때 종종 복수형을 사용하기 때문에‘엘로힘’은‘신들’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단수형‘하느님’으로 번역합니다. 실제 히브리어 본문도‘엘로힘’을 단수형인 것처럼 사용하는데, 창세 1, 27의“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에서‘하느님’은 복수형이지만,‘당신’,‘창조하다’는 모두 단수형입니다. 창세 1, 26에서만 독특하게‘우리’,‘만들자’와 같은 복수형이 사용되는데, 이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행위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창세 1, 26은“나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사람을 만들어야겠구나.”라는 하느님의 독백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하느님 당신 모상에 따라 창조된 귀중한 존재들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