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13호 2015.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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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염철호 신부 |
성경을 보면 하느님이 누군가를 선택하시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하느님은 왜 누구는 선택하시고, 누구는 선택하지 않으시는가요? 사람을 차별하시는 건가요?
염철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ych4008@hotmail.com
하느님은 당신께서 선택하신 이를 특별히 사랑하십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누군가를 특별히 사랑한다고 해서, 다른 이들을 미워한다거나 차별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선택은 선택받은 이가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성경에서 선택받은 이의 삶은 그리 윤택하지도 못합니다. 선택받은 이는 오히려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져야 할 때가 많습니다. 아벨, 예레미야나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순교로 자신의 소명을 다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요나처럼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택받은 이들은 대개 자신의 소명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선택’은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특별한 방식이기에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이는 결코 자신의 소명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든 민족이 하느님께로 모여들어 축복을 받도록 선택되었고, 이를 위해 유배생활마저 감수해야 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유배를 거치면서 이 모든 십자가가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것이었음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곧, 자신들이 선택된 것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다른 이들을 위해 제물로 봉헌되기 위함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 선택받은 새로운 이스라엘 백성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임무,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한 십자가를 충실히 지어야 할 사명을 받은 이들입니다. 선택받았다는 사실이 다소 부담스러워지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선택받은 이가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