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12호 2015.0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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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성령 묵상회에 갔다 왔는데 성령을 받으면 어떨 땐 악마가 보인다고 하는데 저에게 악마가 보일까 무섭습니다. 그리고 간혹 잘못될 경우, 성령이 내리기는커녕 악마에게 씌기도 한다고 하던데요. 교회에 구마경이라는 것이 있다던데 필요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교회 전통 안에는 구마 의식이 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사제가 되기 전에 구마품이라고 것을 받았습니다. 성경에서도 예수님은 악한 영을 쫓아내십니다. 악한 영은 당연히 존재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악령이나 악마라고 하면 괴기 영화에 나오는, 머리에 뿔 달리고 무섭게 생긴 괴물이며 사람들을 육체적으로 해를 가하고 우리가“아! 무서운 사탄이잖아! 도망가야지.”라고 바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있습니다. 대부분의 악마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고 광야에 가셔서 악마의 유혹을 받으십니다. 하지만 복음서는 악한 영이 어떻게 생겼는지 묘사하지 않고, 오로지 어떻게 접근하는 지만을 알려줍니다. 악마는 성경을 인용하며 예수님을 합리적으로 유혹합니다. 이처럼 악마는 우리와 가장 친숙한 모습으로, 친숙한 방법으로, 친숙한 목소리로, 친숙한 논리로 다가옵니다. 친구의 목소리로, 가족의 목소리로, 나 자신의 목소리로, 나의 생각으로 다가옵니다. 후에 베드로가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막자 예수님은 베드로에게“사탄아! 물러가라.”고 꾸짖습니다. 예수님은 악마가 첫째 제자 베드로의 목소리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을 아셨던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행동이나 생각으로 죄를 짓는다면 이미 우리는 악령과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삶이 악한 영을 물리치고 성령을 받아들여야 하는 영적인 투쟁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모든 기도가 구마경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