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05호 2014.1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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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좀 더 가지고 싶고 채우고 싶은 욕심이 자꾸 생깁니다.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내가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허전한데, 그게 신앙인의 자세는 아닌 듯싶어 맘이 편치 않습니다.
홍경완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mederico@cup.ac.kr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Seneca)는 욕구와 욕망을 구별합니다. 욕구(needs)는 갈증, 식욕, 성욕 등 육체에서 나오는 객관적이고 생리적인 것으로 채워지면 그만인 반면, 욕망(wants)은 인간의 상상력에서 나오는 것으로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무한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좀 더 가지고 싶고 채우고 싶은 욕심은 세네카의 분류에 따르면 육체적인 욕구가 아니라, 인간 내면에서 솟아나는 욕망입니다. 교회는 예로부터 이러한 물질에의 욕망, 곧‘탐욕’을‘일곱 가지 죄의 뿌리’인‘칠죄종’의 하나로 여겨 특별히 조심하라고 가르칩니다. 탐욕이 죄의 뿌리,‘죄종(罪宗)인 이유는 또 다른 죄들로 이끄는 근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시인의 말을 빌려봅니다.‘탐욕의 그릇이 작아지면 삶의 누림은 커지고 우리 삶은 이만하면 넉넉하다.’ 시인은 탐욕을 담을 수 있는 용량이 정해진 그릇에 비유합니다. 마음 안에 탐욕의 그릇이 작아질수록 그 나머지 부분은 누림과 나눔, 사귐이 차지할 수 있게 됩니다. 탐욕의 그릇이 작아지면 조금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이만하면 넉넉하다’ 받아들이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또 하나, 넉넉하다 생각되면 그만큼 더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