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94호 2014.1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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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어떤 신부님들은 왜 경제나 가난이나 정치 문제에 대해 발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치, 경제 문제는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에게 맡기고, 교회는 그저 기도와 신앙, 십계명과 같은 종교에 관한 것만을 가르쳐야 하지 않습니까?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2,000년 된 교회가 어떻게 200년 된 마르크스주의를 본받을 수 있겠느냐. 마르크스가 우리를 차용한 것이다.” 정치와 경제에 대해 비판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어떤 사람이 마르크스주의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자, 교황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정치, 경제, 권력과 제도를 비판하고 가난한 자를 대변하는 자세는 유대 그리스도교의 전통, 특히 구약의 예언자들에게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구약 예언자들의 전통을 계승, 완성시키시는 구세주라 믿기에 당연히 예언자적 소명에 충실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그리스도교가 서구 사회에 공인된 후 정치 권력과 교회 권력은 혼동되기 시작하였고, 그 폐해를 경험한 교회는 교회 성직자가 직접적으로 국가 기관의 공직자로 뽑혀 일하는 것을 금하는 지금의 교회법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교회에게는 여전히 사회에 대한 예언자의 직무가 남아 있고, 역대 교황님은 사회교리라는 이름으로 사회, 경제, 정치 제도에 대해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계속 높여 왔습니다. 미국의 신학자 로널드 롤하이저도“개인 기도와 개인 윤리와 더불어 사회 정의도 그리스도의 영성의 핵심에 해당한다.”고 말합니다. 사제들이‘사회 정의의 실현만이 모든 것이다’라고 믿으며 기도나 개인 윤리 등 다른 사항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사제들이 사회 정의는 무시한 채 오로지 기도, 신심, 윤리만을 가르친다고 해도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