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93호 2014.0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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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딸이 갑자기 물어왔습니다.‘엄마가 믿는 하느님은 어떤 하느님이야?’‘어떤 하느님이긴, 그냥 하느님이지’라고 서툴게 답하고 말았지만 실은 대답을 못 했습니다. 내가 믿는 하느님은 어떤 하느님인가요?
홍경완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mederico@cup.ac.kr
질문을 받고『내가 믿지 않는 하느님』이란 꽤 오래된 책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거기에‘나는 결코 이러한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는 내용의 긴 목록을 읽은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그게 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스스로 공포의 대상이 되는 하느님, 특정한 교회, 특정 문화, 특정 계층이 독점하도록 하는 하느님,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하느님, 손에 쥔 법조문에 따라 항상 판결을 내리는 심판관 하느님, 사람들의 서툰 실수를 보고 미소 짓지 못하는 하느님, 지옥에‘보내는’하느님, 자기 집 문밖에서 굶주리는 이들이 많은데, 집 안에서 포식하는 부자들의 흠숭을 받는 하느님, 여인의 아름다운 다리를 흘낏 쳐다보는 것과 분심잡념 중에 기도하는 것, 이웃을 비방하는 것과 노동자 봉급을 횡령하는 것, 권력을 남용하는 것들 모두를 똑같은 죄로 간주하는 하느님, 역사 안에서 고통받는 인류의 문제에 입 다무시는 하느님, 인간에게 죄지을 수 있는 자유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 하느님, 성당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하느님, 인간과 사랑에 빠질 수 없는 하느님 등입니다.‘내가 믿는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는‘내가 믿지 않는 하느님’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