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90호 2014.0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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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저는 매일 양심성찰을 통해 자신이 죄인임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항상 회개의 삶을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양심 성찰 중에 어떤 잘못이 떠오르면 그것에 대한 후회 때문에 나 자신이 완전히 형편없는 사람 같아서 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개의 삶이 오히려 저를 더 우울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유명한 수도자가 제자들과 함께 강가를 거닐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자 중에 한 명이 깊고 깊은 강물을 바라보며 스승에게 이렇게 말합니다.“스승님, 이렇게 깊고 깊은 강물에 빠지면 죽겠지요.” 그러자 스승이 대답합니다.“물에 빠지는 것이 너를 죽게 하지 않는다. 물 속에 머무는 것이 너를 죽게 한다.” 회개라는 것은 마치 자신이 물 속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물 밖으로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런 죄가 없다고 그냥 살아가는 것은 자신이 물 속에 있는 데 그것을 모른 체 물 속에서 서서히 죽어 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성찰과 회개를 잘못된 방법으로 하면 오히려 물 속에 있는 것을 모르고 지내는 것보다 더 불행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성찰을 하면서 떠오른 과거의 잘못에 그냥 잠겨 있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성찰 방법입니다. 이것은 마치 물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도 그냥 물 속에 머무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사막의 교부들은 한 가지 잘못에 대한 후회가 2분 이상 지속될 때는 그것은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바로 악마에게서 온 것이라고 말합니다. 회개의 성찰이 끝나면 물 밖으로 나와 하느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신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성찰은 짧게 자주 하는 것이 좋고, 길게 가끔씩 하는 것은 해롭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원하시는 매 순간 회개하는 삶을 사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