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83호 2014.0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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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저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하느님께서 왠지 벌주시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머리로는 하느님께서는 그런 분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마음 한구석엔 저도 알 수 없는 불안과 죄책감이 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어릴 때 제 어머니는 어떠한 잘못이라도 솔직하게만 말하면 절대 벌주지 않고 다 용서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하셨습니다. 몇 번이나 비슷한 경험을 한 뒤, 저는 어머니에 대한 신뢰가 생겼습니다. 솔직하게만 말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저는 이것이 하느님의 용서를 체험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용서를 원합니다. 어떠한 사람도 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에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하느님께서 내 잘못을 용서해주셨다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고가 생기거나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하느님께서 벌을 주셨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은 죄가 기억나지 않아 죄책감도 없어진 듯하지만, 때때로 올라오는 알 수 없는 불안함과 두려움은 죄책감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숨어있다는 것입니다. 죄는 자꾸만 우리를 하느님 앞에서 숨게 하고, 숨으면 숨을수록 우리는 우리의 진짜 모습을 고백하지 못하게 됩니다. 완전한 용서는 완전한 회개에서 나옵니다. 용기를 내어 내 진짜 모습을 바라볼 수 있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용서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용서는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체험하는 것이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