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73호 2014.0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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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대형참사 앞에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가톨릭 신자의 눈으로 이런 인재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홍경완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mederico@cup.ac.kr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형참사는 깊은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급속하게 진행된 자본주의의 과정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한다는 경제적 사고나, 동물적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학 기술적 사고는 갈수록 발전하는 반면, 정의로운 거래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고, 공동체 정신과 같은 사회적이고 도덕적인 발전은 거기에 한참 뒤처져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서 사회 구석구석에서 균열이 생겨납니다. 이번 참사는 그 균열의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이게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이 부여받은 예언자적 소명을 발휘할 때이기도 합니다. 그 소명은 정의롭지 못한 일에 눈감지 않고, 경쟁이 아니라 공존을 기치로 하는 복음적 가르침으로 내 주변을 바꾸는 작업입니다. 그게 곧 부활의 삶이기도 합니다. 부활은 겉으로는 하나도 바뀐 것이 없지만, 그 뿌리에서부터 소리 없이 조용히 변화시키는 힘입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이전과 하나도 다르지 않지만, 모든 것이 새롭게 바뀌는 엄청난 사건이 부활입니다. 우리는 이런 부활을 고백하는 신앙인들이고, 이 고백은 온 나라가 초상집인 지금의 현실이 아무리 부끄럽고 어둡더라도 찬란한 빛을 발하는 그런 고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