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64호 2014.03.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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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장재봉 신부 |
외인인 남편이 성지순례 중에 테러가 일어났다는 소식에 “하느님이 계신다면 이런 사고는 막아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대답을 못 했습니다.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까요?
장재봉 신부 / 활천성당 주임 gajbong@hanmail.net
얄궂고 험한 일이 생기면 하느님께 언성을 높이는 세상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틀림없는 ‘인재’의 책임마저 하느님께 돌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세상의 갖은 불상사를 하느님께서 몽땅 책임져야 하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이렇게 질책당하는 주님이 얼마나 억울할까 싶습니다. 어느 누구도 하느님의 뜻을 완전히 파악하여 설명할 재간은 없습니다. 그날 그 귀한 여정이 무슨 연유로 그렇게 처참한 결과를 맞은 것인지 끝내 알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고통의 자리에 주님이 함께 계셨다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가장 큰 고통을 당하셨다는 것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님은 고통을 치워주는 분이 아니라 사랑과 연민으로 거칠고 무거운 우리의 십자가를 함께 짊어지는 분이심을 전해주세요. 주님의 정의는 슈퍼맨처럼 악의 세력을 일망타진하는 것이 아니며 주님의 자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것을 알려주세요. 붙여서 주님의 사랑은 세상의 모든 이를 구원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악의 세력을 이기고 당신께 돌아서기를 기다린다는 사실도 말씀드리세요. 물론 상대에게 우리의 의탁하는 믿음과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느끼게 하도록 행동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잊지 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