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59호 2014.0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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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저는 상담 일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저에게 “신(神)이 정말 있다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납니까?”라는 질문을 종종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사랑이신 하느님’,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 ‘우리를 보호해 주시고 이끌어주시는 하느님’을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더 큰 분노만 줄 것 같아 대답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뭐라고 답해야 좋을까요?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계신다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질문은 하느님을 믿고 살아가는 우리도 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어떠한 언변으로도 하느님의 존재를 정확하게 증명해 낼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존재는 우리의 사고나 논리보다 훨씬 더 크시기에, 작은 우리의 그릇으로 담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느님은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체험은 부족한 우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철학적 논리나 신학적 언어가 아니라, 단순하고 구체적인 인간의 체험을 통해 아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자매님을 찾아 온 상처 받은 그 사람을 먼저 온 마음으로 사랑하십시오. 어떠한 말로 설명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마시고, 내 안에 살아계시는 하느님을 믿으시고, 그 하느님께서 나를 통해서 그 사람을 위로하시고, 용서하시고, 사랑하실 수 있도록 기도하십시오. 분명히 하느님께서는 자매님을 당신의 도구로 사용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