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58호 2014.02.02 |
---|---|
글쓴이 | 권순호 신부 |
저는 같은 레지오에서 활동했던 어느 자매님의 나쁜 모습에 크게 실망하고 더이상 성당에 가지 않습니다. 집에서 묵주기도도 하고, 성경도 읽고, 기도도 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하느님과 만날 수 있는데, 굳이 상처받고 실망하며 성당에 갈 이유를 못 느낍니다.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사도신경에서 우리는 교회가 거룩하다고 고백하지만 과거 교회 역사나 현실을 보더라도 교회 공동체가 그다지 거룩해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교회는 죄인들의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은 결코 신앙적으로 뛰어난 엘리트나 득도한 도인들이나 도덕적으로 완벽한 의인들만을 선별하여 교회를 이루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에서 죄인으로 멸시받고 소외된 세리, 창녀, 어부, 평민들을 첫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동시에 거룩한 공동체입니다. 전임 교황 베네딕도 16세는 교회의 거룩함은 바로 이런 예수님의 받아들임과 용서와 사랑에서 나온다고 말씀하십니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 15, 11~32 참조)의 아버지 모습에서 이런 받아들임과 용서와 사랑의 거룩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비유에서 작은아들, 큰아들, 아버지 이렇게 3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각각의 인물들은 신앙인으로서 성장 과정의 단계를 알려 줍니다. 우리는 어떨 때는 아버지의 집을 떠나 방황도 하고, 사랑받고 인정받고 용서받고 싶어 하는 작은아들이 되려고 하고, 어떨 때는 죄인인 다른 사람들을 심판하는 큰아들이 되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신앙인의 완성은 부족한 형제자매들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아버지처럼 되는 것입니다. 죄인인 우리를 언제나 받아 주시는 아버지가 계시는 우리 집으로, 교회 공동체로 돌아오십시오. 수도 없이 죄를 짓는 우리 죄인들을 십자가에서 받아들이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우리도 하느님 아버지처럼 우리 형제자매들을 받아들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