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54호 2014.01.12 |
---|---|
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주일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저는 주일에 일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합니다. 물론 미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례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다른 요일과 별다르지 않습니다. 개신교 신자인 제 친구는 주일 하루를 온전히 교회와 신앙생활에만 열중한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됩니다.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어떻게 해야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는 것인지 고민하시는 듯합니다. 우리 대부분은 “무엇을 해야 거룩하게 지낸 것일까?”하고 고민합니다. 주일 미사에 참례하는 것, 본당 공동체의 일에 동참하고 협조하는 것,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것, 혹은 조용히 성당에 머물며 기도하는 것 등 이러한 일들을 해야만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당에서 주일을 온종일 보내면서도 하느님과는 무관하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생업 때문에 주일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를 배려하고, 사랑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사회에 봉사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하루가 더 하느님 뜻에 맞고 거룩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이것이 주일 미사 참례 의무를 소홀히 여기는 마음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장소나 형식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입니다. ‘어디서’, ‘무엇을’이 아니라 ‘왜 하는지’, 또 ‘무엇을 위해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공부하신다고 하셨는데, 똑같은 공부도 자신만을 위한 목표로 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를 위한 마음으로 혹은 공동체를 위한 마음으로 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또한, 공부하면서 생기는 어려움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 내고, 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배려하면서, 해야 하는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형제님의 삶, 그 안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가 하고 있는 일과 활동들의 의미를 하느님 안에서 다시 찾아보신다면, 특별한 방법을 더 찾지 않으셔도 주일을 거룩하게 보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