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46호 2013.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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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부부 사이가 금이 갔습니다. 그런데 배우자는 이것도 하느님의 뜻이니 받아들이자고 합니다. 반감이 생깁니다. 어디까지가 과연 하느님의 뜻인가요?
홍경완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mederico@cup.ac.kr
우리는 흔히 하느님을 우리 마음대로, 우리 식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랑하게 된 것도, 사랑이 식은 것도 하느님의 뜻이고, 몹쓸 병에 걸린 것도, 반대로 병이 나은 것도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커다란 위험, 하느님을 합리화의 도구로 삼으려는 유혹이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사실 세상 모든 것은 주인이신 하느님의 손길 안에 있고, 하느님의 뜻 안에 있다는 말은 옳은 말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아무런 역할도 못 하는 그저 꼭두각시는 결코 아닙니다. 이러한 생각에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인 자유가 빠져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악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것이고 유혹에 빠지는 것도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부부 사이가 그렇게 된 것은 하느님께서 이끄신 것이 아니라 두 분이 그렇게 만든 것으로, 이는 자유 의지에 따른 결과입니다. 하느님을 아무 데나 가져다 붙이는 것이야말로 하느님에 대한 모독이 됩니다. 성경과 교회가 가르치는 하느님은 그런 하느님과는 거리가 먼, 인간을 동반자로 삼아 구원을 이루시는 하느님입니다. 괜히 엉뚱한 데 하느님 이름 가져다 붙이지 말고, 참 하느님을 섬겨야 합니다. 그 외의 다른 것은 다 우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