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30호 2013.08.18 |
---|---|
글쓴이 | 권순호 신부 |
생물학자들은 인간도 오랜 진화 과정의 산물이라고 하는데, 하느님의 인간 창조와 어떻게 다른가요? 인간이나 생물도 진화의 산물이 아닌가요?
권순호 신부(남산성당 부주임) albkw93@hotmail.com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만물을 창조하셨다고 믿습니다. 흔히 창조론이라고 불리는 이 믿음은 창세기 1장과 2장의 창조 이야기에서 표현됩니다. 문제는 성경의 창조 이야기를 과학적, 역사적 설명으로 잘못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성경의 창조론은 과학 이론이 아니라 고대 이스라엘 민족이 당시 중동의 여러 창조 설화를 이용하여 하느님에 대한 창조 신앙을 표현하는 상징적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에 대한 창조 신앙은 결코 진화론과 대립되지 않습니다. 최근 그리스도교 신학자들은 편협한 과학적 진화론의 한계를 뛰어넘어 창조 신앙에 입각한 올바른 진화론을 제시합니다. 오직 물질의 법칙과 생물의 본능과 욕구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의 의지가 바로 인간을 포함, 온 우주의 진화 과정을 이끌고 그 완성에 이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다는 성경 창조론의 의미는 더 깊어집니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단지 자신의 욕구와 본능만을 따르지 않고, 자신을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고 결국 하느님에게 순수하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랑과 자유의 능력을 지닙니다. 이 능력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달리 세상의 진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하느님의 모상이게 합니다. 특히 떼야르 샤르댕은 진화의 완성점은 예수 그리스도이며, 그 완성 원리는 예수님을 통해 절정을 이룬 사랑이라고 설명합니다.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은 결국 예수님을 통해 그분의 사랑의 구원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인간과 세상의 성장과 진화의 완성을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