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02호 2013.0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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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신부님이 부자들은 하느님 나라에 가지 못한다고 하시던데요, 정말로 그런지요? 성실하고 착한 부자들도 있는데, 부자들은 다 하늘나라에 못갑니까?
권순호 신부(남산성당 부주임) albkw93@hotmail.com
신자 한 분이 저보고 신부님이 되셨으니 천국은 다 따 놓은 당상이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에게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사제들이 어쩌면 천국에 들어가기가 더 힘들 수도 있습니다. 천국에 들어가는 것을 그릇에 물을 가득 채우는 것에 비유하자면, 사제가 되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큰 그릇을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은 그릇의 크기는 보지 않고, 그 그릇에 얼마나 가득 물을 채우느냐를 봅니다. 그러니 사제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채워야 하는 것입니다.”
구약의 전통에 따르면 많은 재산은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부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부자 청년과의 대화(마태 19, 16∼26)에서도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쉽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축복을 많이 받은 만큼 그에 따르는 의무를 행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재산이나 뛰어난 재능을 가지는 것, 높은 위치에 오르는 것은 그릇의 크기를 넓히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성실히 부지런히 자기 관리 잘하여 얼마나 성공하느냐가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최후 심판의 비유(마태 25,31∼48)에서 잘 나타내십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그릇을 사랑으로 채워야 하는 의무에는 관심 없는 채 그릇 크기만을 키우려고만 하기에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안타까워하시는 것입니다. ‘그 큰 그릇을 어느 세월에 다 채우려고 하는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더 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