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67호 2012.07.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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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사후피임약처럼 논란이 되는 사회문제나, 교육과 관련된 문제에서 가치관이란 말이 자주 언급됨을 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교의 가치관이 여타의 가치관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홍경완 메데리코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mederico@cup.ac.kr)
가치관이라고 하면 가치에 대한 관점, 곧 가치를 보는 지점을 말합니다.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보는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치관의 문제는 결국 보는 사람이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의 여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곳에선 잘 보이고 더 많이 보이는 것들이 저곳에 서게 되면 잘 안 보이고, 오히려 다른 것들이 더 많이 보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서서 바라보는 자리에 따라 어떤 것들에는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것들에는 그보다 낮은 가치를 매기게 됩니다. 이렇게 가치는 고정적이지 않고, 보는 자리에 따라 변합니다. 그리스도교 가치관은 그리스도교라는 자리에서, 곧 예수님의 자리에서, 예수님의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는 가치입니다. 그 자리에서 보면 편리와 이윤, 힘과 능력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공존, 인간과 평화에 최고의 가치가 부여됩니다. 꼭대기를 향해 끊임없이 오르고자 애쓰는 수직적 가치관이 아닌, 세상의 순례를 함께 걷고자 하는 수평적 가치관이 그리스도교 가치관입니다. 여러 가지 사회적 경제적 이슈들을 그렇게 수평적 가치관으로 보는 노력, 그것이 그리스도교 가치관을 지닌 신앙인의 자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