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06호 2018.09.16 
글쓴이 홍경완 신부 

‘아버지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이루어지도록 기도는 매일 합니다만, 실은 어떤 것이 내 뜻이고 어떤 것이 하느님의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홍경완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jubo@catb.kr
 

   교회는 인간을 피조물, ‘지음을 당한 사물’로 고백합니다. 그 반대말이 창조주, ‘지음을 시작한 주인’이지요. 엄밀히 보자면 지음을 당한 존재가 지은이의 뜻을 아는 것은 그 자체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건 마치 책상이 목수의 뜻을, 작품이 작가의 뜻을 아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은 작가더러 무슨 뜻으로 이렇게 만들었냐고 묻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알지 못하면서도 그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는 것은, 아버지의 뜻이 내 뜻보다 더 좋기 때문입니다. 모르지만, 지금도 모르고, 나중에도 모를 수 있고, 심지어는 하느님 품에 안기고서야 비로소 그 뜻을 알게 될 일도 적잖겠지만, 아버지의 뜻은 분명 짧은 내 머리로, 좁은 내 시야로 생각한 내 뜻보다는 더 좋다는 확신 때문입니다. 창조주 하느님이란 고백이 바로 이 확신입니다.  
   아버지의 뜻과 관련하여 성모님의 태도는 커다란 모범입니다. ‘주님의 뜻이오니, 그대로 내게 이루어지소서.’ 그 뜻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곰곰이 간직하는 모습과, 어찌 되든 좋으신 아버지의 뜻이니 따르겠다는 신념, 그리고 나를 도구로 그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철저한 내맡김까지, 짧은 문장 안에 이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습니다. 인간이 바칠 수 있는 최고의 기도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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