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80호 2016.05.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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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성사를 볼 때마다 찝찝한 의무감에 성사를 봅니다. 저 자신이 완벽한 것은 분명히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회개’해야 할 만큼 큰 죄가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이런 제가 교만하다고 느껴지지만, 회개해야 한다면 저 자신의 어떤 점을 뉘우쳐야 하는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창세기에서 인간의 가장 첫 죄는‘선악과’를 따 먹은 것입니다. 이것을 도덕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남의 것을 훔친 도둑질이고, 신앙의 의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하느님의 명을 어기고 순종하지 않은 죄일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잘못은 그것이 아닙니다. 선과 악의 기준은 하느님이신데, 그 기준을 바꾸어 인간이 스스로가 그 기준이 되려 한 것이 진짜 잘못입니다. 하느님이 아니라 바로 내가 하느님의 자리에서 서려고 했던 것이‘원죄’이고,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이 바로‘교만’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기 중심이 아닌 하느님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내 기준에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고 판단하고, 때로는 내가 중심이 되어 편 가르기를 합니다. 열심히 기도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을 알아듣고 그 뜻에 따르고자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달라고 기도합니다.
회개를 예전에는‘회두’라고 했습니다. 고개를 돌린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이 아닌‘나’를 기준으로 살아가던 사람이 하느님을 향해 다시 방향을 돌리는 것이 회두이고 회개입니다. 지금 내 삶은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고,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무엇이 나의 죄였는지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