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58호 2015.1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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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마음이 불안해서 견디기가 힘듭니다. 머리로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안해서 잠도 잘 자지 못하고, 해야 하는 일에도 집중하지 못합니다. 이런 불안함을 어떻게 해야 없앨 수 있을까요?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도, 세상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편을 믿지 못할 때 아내는 남편이 불안하고, 세상을 믿지 못할 때 밖에 나가기가 불안합니다. 마음이 불안할 때, 우리가 찾는 것은 믿고 안심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입니다.
남편이 믿을만한 말과 행동을 보여준다면 불안이 줄어들 수 있고, 사회의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진다면 세상에 대한 불안도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현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결국 다가올 미래를 알 수 없고, 아무리 능력을 키워나가도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직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다 알고자 하고, 나의 계획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하고자 한다면 결국 우리의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를 안심시키는 말은“다 잘 될 거야.”가 아니라,“꼭 그렇게 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말입니다. 내가 계획한 대로 내 삶이 흘러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느님이 원하시는 대로 삶은 흘러갈 것이고,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시기에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시리라는 믿음이 있다면, 비록 확신할 수 없어도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믿음의 방향을 나의 바람이 아닌 하느님의 뜻에 둘 수 있다면 지금의 그 불안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