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33호 2017.05.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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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하느님께서는 왜 저에게는 은총을 베풀어 주시지 않으시나요? 다른 사람처럼, 자녀들이 성적이 좋기를, 남편 사업 잘되기를, 돈 많이 벌고, 건강하기를 기도하는데, 하느님께서는 저의 기도를 하나도 안 들어 주시는 듯합니다. 하느님은 참 불공평하신 듯합니다.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제가 신부가 되고 저의 출신 본당 친구들과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사제 동기가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자랑스럽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신부가 되면 정말 은혜도 많이 받으니 천국은 따 논 단상이 아니겠냐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말해 주었습니다.“우리 각자에게는 각각 저마다의 크기가 다른 빈 그릇이 주어져 있다. 그런데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그릇의 크기가 크고 작고가 중요하지 않고 그 그릇을 얼마나 채우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사제가 된다는 것은 정말 큰 그릇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작은 그릇을 가지고 있는 평신도보다 하늘나라에 들어가기가 정말 힘들지도 모른다.”우리는 흔히 복을 많이 받기를, 자녀들이 성적이 좋아, 좋은 대학 가기를, 남편 사업 잘되기를, 돈 많이 벌고, 건강하기를 비는 기도를 많이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하느님께 우리에게 주어진 그릇만을 키워 주기를 기도하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큰 그릇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만 하고, 자신의 그릇이 작음을 원망하고 절망하기도 합니다. 그릇이 클수록 더 많이 채워야 합니다. 은혜가 많을수록 더 많은 의무를 지니게 됩니다. 남의 큰 그릇 부러워하지 말고, 그릇만 키우기를 기도하지 말고, 우리에게 주어진 그릇을 사랑과 회개와 용서로 가득 채우도록 합시다. 그릇이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