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24호 2017.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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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염철호 신부 |
왜 하느님은 카인과 아벨 가운데 아벨의 제물만 굽어보시는 건가요? 하느님은 사람을 차별하는 분이신가요?
염철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jubo@catb.kr
카인은“얻어진 자”라는 뜻이고 아벨은“헛됨”이라는 뜻입니다. 이름만 보면 카인의 이름이 아벨보다 좋습니다. 이름이 말해주듯 카인은 땅을 소유하며 땅을 일구던 정착민들을 대변하고, 아벨은 땅 없이 떠돌아다니던 유목민을 대변하는데 당시 정착민의 삶의 환경이 유목민보다 훨씬 좋았음은 분명합니다. 더욱이 카인은 하느님의 축복을 가득 받는 첫째 아들이었지만 아벨은 후대 야곱처럼 둘째 아들입니다. 성경에서 하느님의 축복은 언제나 첫째 아들의 차지였습니다. 이렇게 보니 인간적 관점에서 볼 때 하느님은 아벨보다 카인에게 더 많은 것을 베푸신 듯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뒤 하느님께 봉헌을 하는데 카인은 땅의 소출을 바치고 아벨은 양떼 가운데 맏배와 굳기름을 바칩니다. 얼핏 듣기에 아무 차이가 없어 보이나 실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벨은“맏배”를 바치지만 카인은 맏물이 아닌, 그냥 땅의 소출을 바칩니다. 아벨과 달리 카인이 제물을 올바로 바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하느님의 대사에서 분명해집니다.(창세 4, 7 참조) 결국, 하느님이 카인의 제물을 굽어보지 않으신 것은 하느님이 아벨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받은 카인이 하느님 앞에서 그릇된 행동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카인은 아벨 때문에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여기며 아벨을 죽입니다. 이런 카인의 모습에서 자신의 잘못은 생각지 않으며 항상 하느님이 자신을 차별한다고 여기는 우리네 모습을 발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