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06호 2016.08.07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약속을 믿고 깨어 준비하라

연중 제19주일(루카 12,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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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독서의 지혜서는 이스라엘의 조상들이 해방의 날 밤, 곧 이집트 탈출 때 하느님께서 예고하신 약속을 잘 믿고 기다렸기 때문에 결국 영광스럽게 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2독서의 히브리서는 아브라함도 약속을 믿었기 때문에 이사악을 그 징표로 되돌려 받았음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과 복음 환호송은 주님이 예상하지 못하는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오실 것이니 항상 그분의 약속을 믿고 깨어 준비하라고 강조합니다. 이렇게 보니 오늘 전례의 주제는 하나같이 ‘하느님께서 약속하셨으니, 그분 약속을 믿고 깨어 기다리라’는데 집중됩니다.

하느님 약속을 믿고 깨어 기다리라는 이들은 아직 그 약속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지는 못한 이들입니다. 실제, 성경의 등장인물들 가운데 약속을 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2독서는 아브라함과 그 후손들이 모두 믿음 속에서 죽어갔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약속은 예수 그리스도로 귀결되는데, 그들은 예수를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히브리서 저자는 그들이 ‘약속된 것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멀리서 그것을 보고 반겼다’고 전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됨으로써 그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또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것을 깨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기다림은 구약의 백성들이 가지던 기다림과 다릅니다. 왜냐하면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의 기다림은 확신에 찬 기다림입니다. 아니,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미 보고 들은 것을 확인하는 기다림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미와 아직’이라는 구도를 보게 됩니다. 이미 예수를 통하여 하느님 나라가 왔지만, 아직 우리는 그 나라가 완성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그때가 바로 예수 재림의 때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예수님의 다시 오심, 영원한 생명을 깨어 기다리라고 하니, 또 종말에 가서 영원한 생명과 심판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지금 현재는 그 영원한 생명, 심판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종말 때 주어질 것이 영원한 행복, 영원한 생명이라면, 또 무엇이 영원하려면 지금 이 순간에도 그것을 누리고 있어야 합니다. 현재를 제외한 영원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그 영원한 행복을 얻어 누리지 못하는 이에게 영원한 생명은 없습니다. 또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이라면 바로 지금 그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 세상에 오신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영원이 세상으로 들어와 세상이 영원을 담을 수 있게 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그리스도인들은 지금 현재 종말을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종말을 깨어 기다리면서도 종말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영원을 기다리면서도 영원을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면서도 성체 안에 오시는 예수님을 날마다 먹고 마시는 사람들입니다. 이 점을 잊지 않는다면 매 순간을 함부로 헛되이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깨어 있다는 것. 그것은 바로 지금 현재 영원을 살고, 지금 현재 예수님과 더불어 살며, 지금 현재 종말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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