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19호 2016.11.13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늘 깨어 준비하는 삶

연중 제33주일(루카 2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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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매아 출신으로 유다의 임금이 되었던 헤로데 대왕은 유다인들의 호감을 얻기 위해 기원전 20년경 성전을 증축하기 시작합니다. 헤로데는 솔로몬 성전을 능가할 계획으로 성전이 있던 산 정상을 덮을 정도로 큰 성전 지대를 건설하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습니다. 기원전 4년 헤로데가 죽음을 맞은 뒤에도 공사는 계속되어 예수님 시대를 지나 기원후 64년까지 이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이 보았던 성전도 여전히 증축 중인 성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런 성전이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예언하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예언 말씀처럼 기원후 70년경 예루살렘 성전은 티토가 이끄는 로마군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고 맙니다. 오늘날 로마를 방문하면 포로 로마노 입구에 티토의 개선문이 있는데, 개선문 안쪽 벽면에 예루살렘 성전 기물을 운반하는 로마 병사들이 잘 부조되어 있습니다.

오늘 루카 복음서의 장면은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던 이 시대의 분위기를 잘 담고 있습니다. 루카 복음사가가 복음서를 저술할 당시에는 예루살렘 성전이 이미 파괴된 뒤였기 때문에 루카가 전하는 이야기는 매우 생생하게 들립니다. 실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예언하신 듯이 예루살렘 성전 파괴 사건을 전후로 해서 유다인들과 그리스도인들의 대립도 커지기 시작했고,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도 좀 더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점을 이미 알고 계셨기 때문에 복음서 마지막에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고 권고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복음서의 종말론적 분위기는 오늘 1독서에서 봉독한 말라키 예언서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말라키 예언자는 역시 이제 곧 닥칠 하느님의 심판을 예고합니다. 화덕처럼 불붙는 날, 곧 하느님 심판의 날이 다가올 것인데, 그 심판은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을 모두 불태워 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은 의인들, 곧 하느님의 이름을 경외하는 이들에게는 치유로 다가올 것입니다.

사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지 항상 종말을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그 때와 시간을 아무도 모르기에 언제나 깨어서 종말을 준비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종종 종말을 잘못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종말을 잘못 이해해서 불안에 떨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자신이 메시아라고 호도하며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어가기도 합니다.

종말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교리로 넘쳐나는 지금 독서와 복음은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종말을 두려워하여 아무것도 못한 채 앉아있지 말고, 묵묵히 예수의 제자로서 주님을 따라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인내하며 살아가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종말은 우리에게 구원의 시간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제 연중 시기도 막바지에 와 있습니다. 다음 주면 그리스도 왕 대축일이고, 이내 대림시기입니다. 그래서 모든 전례의 주제가 종말에 집중됩니다. 이러한 시기를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종말, 곧 완성의 때가 가까이 왔음을 기뻐합시다. 그러면서 하느님의 날이 왔을 때 거만하고 악을 저지르는 자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이름을 경외하는 이들로 모두 영광스러워질 수 있도록 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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