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98호 2016.06.12 21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큰 죄를 용서받은 여인처럼 / 염철호 신부

연중 제11주일(루카 7,3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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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대부분 유다인이었습니다. 열두 제자도 유다인이었고, 성령 강림 때 성령을 받았던 제자들도 유다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당연히 할례와 율법과 같은 유다의 전통을 따랐습니다. 할례와 율법은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백성이면 누구나 지켜야 할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자들이 활동하던 아주 이른 시기부터 많은 이방인들이 그리스도교로 개종합니다. 특히, 베드로가 계시를 받은 사건은 이방인도 하느님의 백성으로 교회 안에서 한 형제자매라는 믿음을 가져다주었습니다.(사도 10장) 문제는 하느님과 화해하고 그분의 백성이 되려면 이방인도 유다인처럼 할례를 받고 율법을 지켜야 하는가? 아니면 그럴 필요가 없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관해 갈라티아서에서 바오로는 율법과 할례는 구원과 아무런 관련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율법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의롭게”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율법은 모세를 통해서 주어졌는데 창세 15,6에서 아브라함은 모세 이전에 이미 율법 없이 의로움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이 의로움을 인정받은 사건은 창세 22장에서 이루어지는 할례 전입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로마서에서 ‘의화(義化)’는 할례와 율법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아브라함은 믿음으로 의롭게 되었음을 분명히 밝힙니다(로마 4장).

바오로가 보기에 율법은 인간이 죄인임을 드러내어 줄 뿐입니다(로마 3,20).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율법의 가르침을 모두 지켜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1독서에 나오는 위대한 임금 다윗마저 죄를 저지릅니다. 그토록 위대한 성군으로 불리던 다윗 임금마저도 부하의 아내를 탐하여 부하를 죽음에 빠트리는 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하느님 앞에서 그 누구도 스스로 의인임을 자랑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실제, 이스라엘은 하느님 앞에서 자신들이 죄인이라는 것을 너무나 깊이 있게 자각하고 있었고, 그런 죄스러운 자기 민족의 역사, 하지만 그런 죄인들인 자신들을 이끌어 가시는 하느님의 역사를 성경에 잘 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노력으로 구원을 얻을 수 없음을, 하느님의 은총, 곧 메시아가 오셔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으리라고 생각하며 메시아를 기다렸습니다.

이런 죄의 상황에서 우리를 빼내어 하느님과 화해시켜 주신 분이 바로 메시아, 곧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서 거저 내어주신 당신 아드님의 희생 덕분에 하느님과 화해를 하게 되었고, 그분의 자녀, 그분의 백성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하느님을 나의 행실에 따라 좌우되는 분으로 여길 때가 있습니다. 여기에 관해 바오로는 분명히 밝힙니다. 하느님께서는 먼저 우리에게 은총을 내려주시는 분이시지, 우리가 행하는 행실에 따라 당신의 구원 계획을 바꾸시는 분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함부로 막살아도 하느님께서 알아서 우리를 구원해 주신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스스로 자신을 구원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도움 없이는 그 누구도 구원에 이를 수 없음을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구원받은 우리는 큰 죄를 용서받았음을 깨닫고, 큰 사랑으로 하느님께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 복음의 가르침입니다.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 모두 하느님의 은총으로 구원되었음을 감사드리며, 복음에 나오는 여인처럼 사랑으로 하느님께 보답하도록 합시다. 믿음으로 하느님과 화해하게 되었으니 더 이상 죄에 억눌려 살지 말고, 하느님과 화해한 하느님 자녀로 하느님을 사랑하며 충실히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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