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7.02.10 11면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13> 함께 행복한 경제

대전 빵집 '성심당' 밖으로 난 수도꼭지

   
삼성을 비롯하여 대기업 경영자들이 대가를 바라고 대통령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특검에서 조사를 받는 모습을 보며 '왜 우리나라에서는 권력과 재계가 결탁하여 벌어지는 이런 비리가 반복될까?' 하는 물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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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행복한 경제'를 실천하는 대전 성심당 내부. 성심당 홈페이지 


그 중 한 원인은 기업들이 정의로운 규칙 아래에서 건전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경쟁 기업들을 누르고 이기려는 비뚤어진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왜 기업은 공정하게 다른 기업들과 경쟁하지 않을까? 나아가 다른 기업을 밟고 올라가기보다 경쟁 기업과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까? 왜 기업은 협력 기업들과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하지 않을까? 왜 기업들은 성실히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고 그 노동자들은 더 높은 생산성으로 보답하는 윈-윈 모델을 만들지 못할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 사회-경제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경제 구조 속에서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생색을 내며 수익 일부를 기부하면 그것으로 경쟁에서 진 사람을 돕는 형태가 아니라, 기업 행위 과정 중에서 공유와 친교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함께 살아가는 모델을 만들어내어야 한다. 그러므로 경제와 복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경제 행위가 최고의 복지가 되어야 한다. 대전의 한 빵집(성심당)은 이런 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빵집에는 밖으로 향하는 수도꼭지가 있다. 빵집 주변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상인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물을 떠 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빵을 더 팔아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아니라 빵을 사러 온 빵집 고객들이 떡볶이도 사 갈 수 있고, 떡볶이를 사 먹으러 왔다가 빵도 사 갈 수 있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먹은 것이다. '우리 곁에 불행한 사람을 그대로 둔 채로 혼자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신념에 따라 매월 3000만 원 이상의 빵을 사회 복지 시설에 기부하고, 회사에 수익이 발생하면 그 가운데 15%를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돌려준다. 나아가 동료 사이에 실천한 사랑이 인사 고과 평가의 한 기준이 된다. 빵집 경영과 기업 내 사랑 실천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물음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행복한 사람들이 만든 빵을 먹는 고객은 물리적인 빵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미소까지 구매하게 되어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이 빵집만의 경쟁력이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화재로 빵집이 홀랑 타버린 위기에서도, 직원들이 힘을 모아 7일 만에 빵집 문을 다시 열 수 있었고, 소비자들은 평소보다 30% 이상의 빵을 사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수많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와 경쟁 가운데서도 당당히 약 4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 그리고 대전 청년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1위 기업이 되었다.

    
행복한 경제를 위해 먼저 발걸음을 내딛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필자도 한 라디오 방송국 경영에 참여하며 매일 흔들리는 순간을 경험한다. 하지만 방송국 직원들과 함께 행복한 방송국을 만들기 위해 한 작은 발걸음이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다. 행복한 경제는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는 국제신문 독자들 손에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다.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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