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6.12.09 13면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11> 2016년 연말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는 것

절망 속에서 구원자를 기다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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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계 미국 예술가 프리츠 아이헨버그(1901~1990)의 작품. 빵을 타려고 줄을 선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 예수님이 함께한다.

참된 리더십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12월 25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을 앞두고 천주교회는 대림시기를 지내고 있다.

여기에서 대림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구약성경에서 자신의 나라를 잃고 다른 나라로 끌려가 참된 지도자를 잃고 헤매던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확고한 희망이 있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의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그들을 찾아오셔서 구원하실 것이라는 신앙이었다.

 

2016년 대한민국 국민은 유배 온 것도 아닌데, 유배 온 것처럼 지도자를 잃고 국민은 울부짖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지도자들은 이런 가운데에서도 국민의 목소리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자신의 손해는 최소화하기 위해 셈을 하고 있다. 바람이 불면 꺼질지도 모르는 촛불들이 모여 정치지도자들을 압박하고 길을 찾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다시 말해 참된 '리더십'은 실종되고 '팔로워십'이 지도자들을 이끌어 간다. 이런 상황에서 주님의 도착을 준비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신앙인들에게 주님의 도착을 준비한다는 것은 수동적인 기다림이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주님께서 어서 오시도록 사막과 같은 환경에서도 주님의 길을 닦는 것이다. 신앙인들은 주님의 도착을 준비하기 위해 흔히 기도하는 시간을 확대하거나 악습을 끊는 것과 같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준비와 함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공동체적 차원의 준비이다.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예수님께서 탄생하시는 구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즉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천주교회에서 정의란 올바르게 산 사람과 불의하게 산 사람을 가려내 올바르게 산 사람에게는 상을, 불의하게 산 사람에게는 벌을 주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정의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 백성 전체가 거룩해지고 의롭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사회의 변두리에 살아가는 이까지도 소중히 여기고 함께 살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아주는 것이다.

구약성경에서는 불의한 심판, 왕의 탐욕, 가난한 자들에 대한 착취를 통렬히 비난하고 이를 바로 잡는 것을 정의라고 말한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바로잡는 것이 구원자의 도착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구원자가 그런 우리의 불완전한 노력까지도 완전한 것으로 완성해주시도록 기도한다. 그러기에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은 분노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에 대한 자애로운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 국민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체험하고 있다. 자신의 작은 생각을 나누며 올바른 길을 찾고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며 힘을 모으고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위한 시위 때 매운 최루탄과 강제 진압이 가득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의를 평화로 응답하는 성숙함도 자연스레 드러난다.

성탄절을 앞두고 거리에는 성탄 장식과 캐럴이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참된 성탄 준비는 하느님의 정의로움이 완성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참된 구원자의 도착, 그리고 그런 마음을 담은 대한민국 지도자의 도착을 국제신문 애독자들과 함께 간절히 기다려본다.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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