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17호 2016.10.30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한없이 자비로우신 하느님

연중 제31주일 (루카 1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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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힘겹거나 어려울 때 하느님께서 나를 싫어하시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우울함이 찾아올 때면 가끔 하느님이 나를 만드신 이유를 모르겠다며 절망하기도 하고 하느님께 따지기도 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지혜서는 하느님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계시고, 당신께서 만드신 것을 하나도 혐오하지 않으신다고 이야기합니다(지혜 11,24).

지혜서에 따르면 하느님은 당신이 창조하신 모든 것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한없이 자비로우십니다. 하느님은 모두를 사랑하시기에 죄인마저 회개하여 당신께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분이시며, 그렇게 돌아오는 죄인의 죄를 보아 주시는 분이십니다.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은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기에 소중히 여기시는데, 만물 안에는 당신의 불멸의 영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느님에게서 멀어지며 죄를 지어 탈선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그들을 꾸짖으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그들이 악에서 벗어나 다시금 당신에게 충실하도록 하시기 위함입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이 죄를 지을 때마다 예언자들을 보내어서 훈계하신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지혜 자체이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다가오는 자캐오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의 집에 들어가십니다. 그러자 자캐오는 자신이 가진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행여 자신이 다른 사람의 것을 횡령한 것이 있다면 네 곱절로 갚겠다고 말합니다.

당시 로마 관리들은 세리들이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들여야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에 백성들의 고혈을 짜는 세리들을 선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세리를 죄인들이나 창녀들과 같은 부류로 취급했습니다. 자캐오는 이런 삶에서 되돌아와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이런 자캐오를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그가 진정 구원을 얻었다고 선언하십니다.

예수님과 달리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죄인 자캐오의 집에 들어가 묵는 것을 보고 투덜거립니다. 자캐오 같은 세리에게마저 하느님의 자비가 주어진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자신들이 싫어하는 죄인들을 당연히 미워하신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이야기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우리는 모두 죄인이었다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그분의 자녀가 된 이들입니다. 곧,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입은 이들입니다. 그래서 다른 이들도 하느님의 사랑 안에 있음을 인정하고 우리가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죄인이나 원수마저도 우리처럼 하느님의 자비를 입을 수 있음을 받아들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하느님을 닮아 선의로 모든 이를 위해 자비를 간청하며, 세상 모든 이들을 하느님 사랑 안에 불러 모으는 도구가 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느님을 닮아 자비로워지며, 그분 자비의 도구가 될 때 비로소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이 우리 가운데에서 영광을 받고, 우리도 그분 안에서 영광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2테살 1,11-12).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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