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31호 2017.02.12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영원한 생명을 얻는 지름길

연중 제6주일(마태 5,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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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당신을 버리고 비난할 수 있는 자유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불안하고, 후회 가득한 과거 때문에 힘겨워하며, 불합리해 보이는 현실 앞에서 좌절할 때마다 하느님을 원망하며 당신의 뜻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따지곤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분을 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1독서는 우리가 암흑의 순간에도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분이 마련하신 십자가를 선택할 자유도 함께 지니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곧,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자유 의지로 주님께서 세상을 끌어가심을 굳게 믿고,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으며 주님의 가르침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왜냐하면 자유로운 의지로 하느님을 경외하는 삶을 선택하는 이는 세상의 그 무엇도 가져다주지 못할 참된 행복을 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화답송).

사실, 바오로가 이야기하듯이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우리에게 유익하지는 않습니다(1코린 5,12). 하느님은 아무에게도 당신을 거스르라고, 죄를 지으라고 허락하신 적이 없습니다(집회 15,20).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 법규를 따라 살기를 바라고 기다리실 따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해야 할 삶은 분명 세상의 관점에서 볼 때 너무나 어리석기 짝이 없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이며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왜냐하면 오늘 복음에서 이야기하듯 형제에게 바보, 멍청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원수를 고발할 수도, 그와 다툴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나를 바보, 멍청이라고 말하는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가르침입니다. 오늘 복음의 산상설교가 가르치는 대로 산다면 세상에 발을 딛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당하기에 딱 좋은 가르침입니다.

이런 복음의 가르침은 2독서에서 바오로가 이야기하듯이 분명 세상의 지혜가 아님이 분명합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싸우라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자기 것을 빼앗기지 말고, 남의 것을 빼앗으라고 가르치며, 남들과 싸워서 이기라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믿고 섬기는 주님은 이웃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원수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묵묵히 죽음을 맞았습니다. 당신이 가르치신 바가 참으로 올바르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세상의 관점에서 볼 때 정말 어리석은 철부지 같은 분이셨습니다.

이에 관해 바오로는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세상의 시각에서 볼 때 이해되지 않는 이 가르침, 예수님께서 목숨까지 내어놓으며 보여주신 이 가르침이야말로 참된 가르침이라고 말입니다. 세상이 보기에 어리석어 보이겠지만, 실상은 온 세상을 지탱하는 가르침이라고 말입니다. 이는 하느님이 계시해 주시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알려주시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결코 올바로 깨달을 수 없는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이사 64,3과 65,17을 인용하며 “어떠한 눈도 본 적이 없고 어떠한 귀도 들은 적이 없으며 사람의 마음에도 떠오른 적이 없는 것들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마련해 두셨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모두는 성령의 은사로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철부지, 그리스도인들입니다(복음 환호송). 그래서 오늘도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자신을 버리고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영원한 생명을 향한 지름길임을 믿고 “바르고 진실한 마음”으로 살며 “하느님의 마땅한 거처”가 되고자 합니다(본기도).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다시 한번 세상의 시각에서 볼 때 어리석어 보이는 바를 믿고 따르는 철부지인 우리들이 바르고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며, 언제나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는 그분의 마땅한 거처, 곧 성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를 희망합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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