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명 | 부산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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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일자 | 2019-12-18 |
천주교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는 “우리 사회와 한반도의 갈등과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이기주의’를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며 “생명으로 이끄는 좁은 문으로 들어갈 것”을 권했다.
-성탄절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릴 때 기억입니다. 하얀 눈밭에 초가집이 있고 강아지 한 마리가 뛰노는 그림이 있는 성탄 카드가 저에게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평화, 그것이 가득 차 있는 그런 그림이었습니다.”-성탄절이 많이 변질됐다는 얘기도 적잖게 나오지 않습니까?
“미국 일각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하지 않고 ‘해피 홀리데이’라고 인사하며 종교 색채를 지우고 있다고 합니다. 성탄절은 종교 관련 여부를 떠나 자신을 돌아보고 불우한 이웃을 쳐다보는 날이요, 불화하는 것이 있으면 서로 화해하고 위해 주는 날이라는 의미가 지워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종교인들은 신적인 위치를 버리고 자신을 최대한 낮춰 겸손하게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본받아 더 낮아지고 겸손해졌으면 합니다.”
-위대하다는 사랑은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동물적이고 원초적이기도 한 것은 아닌가요?
“부산교구는 2020년을 사랑의 해로 설정했습니다. 믿음 희망 사랑, 3가지 중 사랑이 가장 위대하다고 했습니다. 그 사랑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과 다릅니다. 육적인 사랑이나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라 영적인 사랑이며 이타적인 사랑인 것입니다. 받는 사랑이 아니고 내어주는 사랑이며, 남을 위해서 자기 목숨까지 바치는 사랑입니다. 이 세상에는 이런 사랑이 넘쳐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사는 곳이 사랑의 세상이 될 수 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학자와 교수 생활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4복음서 중 사람과 예수님과의 거리감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는 요한복음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요한복음의 진정한 깊이는 무엇인지요?
“복음서의 목적은 같습니다만, 요한복음은 시작부터 차원을 달리합니다. 세 복음서는 예수님 유년 시절부터 시작하는데 요한복음은 천지창조 이전부터 하느님 아드님, 예수님의 존재와 기원을 말합니다. 예수님과 사람의 거리가 더 먼 것이 아니라 다른 복음서보다 더 깊이가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로마에서 공부하고 논문을 쓰면서 요한복음을 더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늘 기뻤고 행복했습니다. 아직도 요한복음에 대해 공부할 것이 태산처럼 높고 많습니다.”
-10월 말 문재인 대통령 어머니 장례미사를 남천성당에서 집전하셨습니다. 현직 대통령 재임 기간에 그 어머니가 별세한 경우는 헌정사상 처음 있는 경우라고 합니다. 그런 일을 천주교에서, 특히 부산교구에서 맡았습니다.
“대통령 모친 고 강한옥 여사는 정말 평범한 분이셨어요. 신앙에 참으로 열심이셨지요. 장례미사에서 강론은 송기인 신부가 맡았습니다. 송 신부는 고인이 다니시던 신선본당 주임신부도 하셨는데 ‘미스 강’이라는 애칭으로 스스럼없이 부를 정도로 고인과 매우 가까웠다고 합니다. 송 신부는 소박함으로 빛났던 고인의 삶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강론을 했는데 ‘이런 어머니가 어디 있느냐’라고 하셨지요. 어머니와 그 아들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장례는 참으로 겸손하고 소박하게 잘 치렀습니다. 장지에 따라나선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다 한 대통령의 ‘답례 정성’과, 그날 날씨도 좋았는데 ‘정말 우리 어머님이 좋아하실 거 같다’고 한 여사님의 말씀도 전해 들었습니다.”
-한반도에는 정치 경제 사회 군사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울러 숱한 대결, 갈등, 대치, 아픔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난감한 문제이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첫째는 나보다 공동체를, 공동체보다 사회와 국가를 위해야 할 것입니다. 공동선을 먼저 생각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둘째는 교육을 통해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정신을 길러야 합니다.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의 교육, 요컨대 가정교육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기주의를 넘어서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인에게도 묵상해보자며 권할 수 있는 성경 구절은?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어려움이 큰 이 시대를 넘어서자는 생각으로 마태오복음 7장의 구절을 선택했습니다.”
손 주교가 차분히 음미하는 다음 구절이 마음을 적셨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길도 널찍하여 그리로 들어가는 자들이 많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얼마나 좁고 또 그 길은 얼마나 비좁은지, 그리로 찾아드는 이들이 적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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