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87호 2016.03.27. 23면 

[복음생각] 십자가와 부활 / 염철호 신부
예수 부활 대축일(요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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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의 뿌리에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성경의 예언에 따라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활이 없으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도 의미 없습니다.

합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만을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에게 부활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는 초세기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빈 무덤을 보고 의아해했고, 어떤 유다인들은 제자들이 몰래 시체를 숨겨 두고 예수님이 부활했다며 거짓 소문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예수님이 잡히실 때 겉옷까지 내팽개치고 도망갔던 제자들이 목숨을 걸고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돌변한 제자들의 모습을 보면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스럽고 강렬한 체험이 있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성경은 여러 방식으로 제자들이 예수 부활을 체험했다고 증언합니다.

만약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이 모든 것이 제자들이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였다면, 그들이 감히 순교까지 할 수 있었을까요? 부활 이야기가 꾸며진 이야기라면 그리스도교는 분명 시작과 더불어 사라졌을 것입니다.

신약성경은 성령이 오셔서 제자들이 구약성경의 예언을 기반으로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다고 증언합니다. 이렇게 보면 부활은 책상에 앉아서 이해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 성령이 임할 때 체험되는 하나의 실재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주님이 부활하셨음을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성령의 영감을 받아 증언할 뿐입니다. 이렇게 제자들이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증언한 부활 체험은 오늘날까지 성령의 이끄심을 받는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날도 많은 이들이 부활의 실재를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활을 믿으며,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부활을 믿지 못한다면, 그것은 성령의 이끄심을 따르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부활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부활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져야 할 십자가를 지고 싶지 않아서겠지요.

진정 부활을 믿느냐 믿지 못하느냐는 십자가를 얼마나 기꺼이 지느냐에서 확인됩니다. 부활을 믿지 않는 이는 십자가를 결코 지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부활을 더욱 깊이 체험하려면 일부러 더 큰 십자가를 찾아서 져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각자의 능력에 맞는 십자가를 주십니다. 그리고 져야 하는 십자가의 크기만큼의 부활 체험도 주어지겠지요. 문제는 이 모든 것을 올바로 깨달을 수 있는 믿음의 눈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성령의 도움 없이는 그 누구도 부활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성령을 통해 믿음의 눈이 열린 이들만이 부활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꾸게 됩니다. 이번 부활절을 지내면서 다시 한 번 성령께 믿음의 눈을 열어 주시어 부활의 실재를 더욱 깊이 받아들여, 우리에게 맡겨진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사고 청합시다. 그러면 성령께서는 반드시 우리가 지고 있는 그 십자가와 함께 부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부활을 진정 깊이 있게 체험할 때 비로소 마음으로 외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다시 한 번, 우리 주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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