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30호 2017.02.05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주님 영광 드러내는 진정한 단식

연중 제5주일(마태 5,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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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독서는 시작 부분이 다소 어색합니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이 구절 시작 부분에 한 구절이 빠져 있기 때문인데,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라는 이사 58,6의 구절입니다. 이렇게 되면 오늘 1독서의 내용은 아무리 단식을 하고 고행을 해도 알아주지 않는다며 불평을 하던 이스라엘에게 무엇이 참된 단식인지를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이 대목에서 하느님께서는 “단식한다면서 다투고 싸우며, 못된 주먹질이나 하는데” 그게 무슨 단식이냐고 지적하시면서 주님께서 반기시는 참된 단식은 굶주린 이들과 양식을 나누고, 가련한 이들을 잘 대접하며, 헐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을 주는 것, 혈육과 원수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멍에와 삿대질과 나쁜 말을 치워버리고, 고생하는 이의 넋을 흡족하게 해 주는 것”이 진정한 단식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이 바라시는 단식은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남에게 해 주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의로운 것을 행하는 것입니다. 이사 58,8은 이렇게 올바로 단식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빛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 남을 위해 희생하며 생긴 상처가 낫게 되고 주님의 영광을 볼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오늘 복음은 우리를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말합니다(마태 5,13-16). 이 대목은 지난주 복음에서 봉독한 ‘참 행복 선언’에 이어지는 단락으로 산상설교 전체를 도입하는 부분인데, 여기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산상설교가 이야기하는 “착한 행실”이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올바른 단식을 말합니다(마태 6,16-18). 더 나아가 올바른 기도와 자선, 올바로 십계명을 제대로 지키는 것, 곧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마태 5,17-7,27).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착한 행실을 통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우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기 위함입니다(마태 5,16). 우리가 행하는 착한 행실은 자신이 칭찬받고, 자신이 드러나 영광 받기 위함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제대로 섬기고자 한다면 자신을 온전히 버리는 진정한 단식이 필요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2독서로 봉독한 코린토 1서에서 자신이 지닌 뛰어난 말이나 지혜로 하느님의 신비를 선포하려 하지 않고, 약함과 두려움, 떨림을 바탕으로 그들에게 하느님의 신비를 선포하였다고 강조합니다.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힘이 드러나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만약 자신의 능력으로 복음을 선포했다면 모든 영광은 자기에게로 돌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오로는 자신의 약함에도 불구하고 복음이 전해진 것을 보면 하느님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곧,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사실,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착한 행실을 보이는지, 얼마나 의로운지를 드러내곤 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은 그런 행실은 올바르지 않으며, 자기 자신의 영광을 위한 것이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드러냅니다. 그러면서 참된 단식을 요구합니다. 자기 자신을 버리고 낮추며, 자기 자신의 약함만을 자랑하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라고 말입니다. 그때 비로소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더욱 분명히 드러나고,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다시 한번 나의 행실은 어떠한지 되돌아봅시다. 나는 진정한 단식을 행하고 있는지 되돌아봅시다. 그리고 참된 단식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이 더욱 크게 드러나도록 합시다.

 

염철호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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