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평화신문 
게재 일자 1381호 2016.09.11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32. 부산교구 남천주교좌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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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광호 신부가 디자인한 부산교구 남천주교좌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창을 통해 유입되는 강한 빛을 완화시키며 전례 공간의 분위기를 새롭게 연출하는 작품이다. 제작 기간만 3년 넘게 걸린 대작으로 벽과 창의 경계가 사라져 가는 현대 교회 건축 경향을 보여 주는 대표작이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연구하고 있다고 하면 “아! 유리공예 전공하는군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유리라는 매체가 다소 공예 분야 쪽으로 치우쳐서 인식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심지어는 교육 현장에서도 스테인드글라스는 노동집약적인 수작업으로 완성되는 것으로 순수예술 분야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스테인드글라스 분야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깊지 못하고 실제로 그간 건축에 설치된 사례들 역시 건축 공간과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계획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유럽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 대신 건축유리예술, 건축 스테인드글라스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건축 공간과의 관계를 중요시한 건축예술로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 작가들에 의해 디자인되기 시작한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이와 같은 경향이 반영된 작품들이 이어지고 있다.

 

벽과 지붕의 역할을 하는 창

부산교구 남천동주교좌성당은 벽과 지붕의 역할을 하는 창 전체에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한 건축적 스테인드글라스의 대표적인 예다. 1991년 완공된 남천동주교좌성당은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바다에 떠 있는 범선 형태와 돛단배의 돛 모양을 반영했고 천국의 열쇠를 연상시키는 종탑 역시 성당의 상징적인 의미를 더해 주고 있다. 물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남천동주교좌성당 스테인드글라스는 이와 같은 건축의 이미지에도 부합하고 있다.

조광호 신부가 디자인한 부산 남천동주교좌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건축 당시 계획된 것은 아니었고 이후 커튼월을 통해 유입되는 강한 빛을 완화시키고 전례 공간의 분위기를 새로이 조성하기 위해 제작됐다. 45도 각도로 경사진 커튼월로 길이 53m, 높이 42m 총넓이 2225㎡에 이르는 대작으로 작업 기간도 3년 넘게 걸린 작품이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연구한 조광호 신부는 남천동주교좌성당의 거대한 유리 지붕에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세 개의 커다란 원을 중심으로 푸른 하늘의 이미지와 태초에 물이 생성되는 창조의 순간을 형상화했다.

푸른색을 주조로 한 남천동주교좌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는 물의 역동적인 이미지와 천상의 정적인 이미지가 동시에 표현됐다. 그리고 화면 전체에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세 개의 원이 맞물려 돌아가게 배치하고 그 원 안에 상승하는 느낌의 작은 형상들을 그려 넣었다. 조광호 신부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원은 영원성, 끝나지 않는 존재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원은 절대자로서의 완벽함뿐만 아니라 영원한 존재, 즉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있는 존재를 상징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원은 우주적 통합과 일치를 상징하며 푸른색은 천상의 색이자 영혼의 색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처럼 태초의 빛과 물의 창조 그리고 하늘의 영광을 상징하고 있는 남천동주교좌성당 스테인드글라스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빛의 움직임에 따라 살아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와 같은 전체적인 구성에 덧붙여 창쪽에 앉게 될 신자들을 고려해 아래쪽 두 줄의 창에는 하나하나의 창에 천지창조와 구세사의 중요한 내용을 개별적으로 형상화했다. 이러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전체와 부분으로 번갈아 보며 균형을 맞추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보여 준다. 이처럼 작가는 건축 공간 안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전체와 부분에서 모두 회화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다.

부산 남천동주교좌성당의 과감한 창 형식과 스테인드글라스는 벽과 창의 경계가 사라져 가는 현대 교회 건축의 경향을 보여 주는 대표작으로 건축적 예술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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