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8.05.04. 11면 

“해외서 도움받은 돈 우리가 가질 수 없어…북에도 지원금 전달되길”

30억 원 ‘통 큰’ 기부로 화제 천주교 부산교구 손삼석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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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부산 수영구 천주교 부산교구청에서
손삼석 총대리 주교가 30억 원을 사회 곳곳에 기부한
교구의 ‘나눔 실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 1959년 오스트리아 부인회 후원
- 해운대구 자선아파트 건립·운영
- 최근 재건축 결정에 토지 넘겨
- 부지보상금 모두 사회에 기부
- 이주노동자·복지시설·미얀마 등
- 신자·비신자 안가리고 나눔 실천

 

한국 천주교 부산교구의 ‘통 큰’ 기부가 마무리됐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천주교자선아파트 부지 보상금으로 받은 30억 원의 기부처가 대부분 정해졌다. 4일 부산 수영구 부산교구청에서 지역 소규모 복지시설 42곳에 2억684만3340원을 지원한 ‘나눔 실천 전달식’이 거의 마지막 단계였다. 이번 ‘나눔 실천 사업’을 총괄한 부산교구 손삼석(63) 요셉 총대리 주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부산교구가 어려울 때 해외에서 도움 받은 돈을 우리가 가질 수는 없었습니다.” 1957년 대구대교구에서 분리된 부산교구는 당시 판자촌·천막촌에 살던 피란민과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 문제를 안타깝게 여겼다. 그들을 도울 방법을 찾던 중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가 매년 사순절(부활절 전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로 금식과 특별기도, 경건의 훈련 기간으로 삼는다)마다 해외에 복지기금을 전달하기 위해 헌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1959년 부산교구가 도움을 요청하자 부인회는 당시로서 무척 큰 돈인 7만 달러를 보내왔다. 1966년까지 부인회가 8회에 걸쳐 보낸 31만 달러로 서구 송도 남부민동, 동래구 복산동, 남구 대연동, 해운대구에 천주교자선아파트 198세대를 건립하고, 무주택 서민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1986년 소유권까지 거주자에게 넘겨주고 부지만 소유해 오던 부산교구는 해운대 자선아파트(35세대)가 낡고 오래돼 재건축에 들어가자 토지를 넘겨주고 30억 원을 보상받았다. 여기서 세금을 제외한 26억4966만3600원을 모두 ‘나눔 실천 사업’으로 사회 곳곳에 기부한 것이다.
 

손 주교는 “돈을 쓰는 것도 참 어려웠다”고 웃음 지었다. 부산교구는 기부처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 1월 ‘나눔실천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네 차례 회의를 통해 대원칙을 정했다. “단기사업에 쓰고 국내·국외 가리지 말자, 신자·비신자 가리지 말자. 가능한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자”였다. 11개 세부 사업으로 ▷본당을 통한 나눔실천 ▷이주노동자센터 운영 ▷징검다리은행 ▷생명수호 가정지원 ▷다자녀 가정지원 ▷소규모 복지시설 지원 ▷평화여성의집 지원 ▷영세민 부부 지원 ▷대북지원 ▷안동 사벌퇴강 성당 지원 ▷미얀마 교회 지원이 결정됐다.
 

안동 사벌퇴강 성당에 5000만 원, 미얀마 교회에 2만 달러 지원 내역이 눈에 띈다. 손 주교는 “우리나라에 16개 교구가 있는데 안동교구가 가장 사정이 어렵다. 그 지역에 젊은 사람이 떠나 노인층이 많기 때문이다. 안동교구 사벌퇴강 본당이 성전을 건립하는 데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신문 보도를 보고 마침 도와드릴 수 있었다”며 “미얀마는 그쪽 주교님이 수해로 신학교가 파괴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돕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북 지원’의 필요성도 느껴 전달 방법을 강구했다. 민족화해위원회에 조언을 구해 ‘북한 학생들의 직원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부산교구는 민족화해위원회에 북한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2000만 원을 지원했으나 북한 핵개발에 따른 대북 제재로 아직 전달되지 못했다. 손 주교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잘 되었으니 조만간 지원금이 북한에 전달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대북 지원 이야기가 나온 김에 손 주교에게 최근 급속히 진전되는 남북 대화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손 주교는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을 언급했다. “4월 25일 교황님이 수많은 군중이 모인 일반 알현 시간에 남북정상회담을 주제로 강론하셨습니다. 사람들에게 기도를 부탁하며 남북이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고 하셨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29일 부활삼종기도를 주례하면서는 ‘화해와 비핵화를 향한 발걸음에 나선 남북한 정상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셨습니다.” 손 주교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만나 악수하고 포옹할 때 많은 국민이 눈물 흘렸다. 미북 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도출되리라 희망하고 기다린다”며 “그동안 북한에 많이 속아 앞으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지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화해하고 서로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남남 갈등 보다 우리 국민부터 합치돼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한다. 좋은 기회를 헛되이 쓰지 말자. 하느님이 주신 기회라 생각하고 교회에서 늘 기도하고 있다”고 당부했다.
 

손 주교는 1955년생으로 광주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2년 사제수품을 받았다. 로마 우르바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1~2006년 부산가톨릭대 총장을 지냈다. 2010년 6월 부산교구 보좌주교에, 7월 총대리로 임명됐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해운대구 천주교 자선아파트 
  부지 매각에 따른 나눔 실천 사업

규모

    30억 원 

지원 내용

-이주노동자센터 운영
-징검다리은행
-생명수호 가정 
-다자녀가정 
-소규모 복지시설 
-평화여성의 집 
-영세민 부부 
-대북 지원
-안동 사벌퇴강 성당 
-미얀마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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