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08호 2016.08.21 4면 

[사회교리 아카데미] 권리이자 의무로서의 참여

참 이웃이 되는 길

참여는 민주시민의 권리이자 의무
 민주주의에 외부세력 있을 수 없어
 가난한 이의 목소리 대변해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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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조영남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서 여러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필수적인 방어체계라고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할 것은 아니다. 실제로 북핵을 막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지금의 무기만으로도 한반도를 초토화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데 굳이 이런 무기 체계를 도입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국제정치와 외교관계에서 잃을 것보다 얻을 것이 더 많은 지도 의문이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판단할 문제다. 더욱이 그리스도인이라면 신앙의 빛에 비추어,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윤리와 교리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마침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민족화해위원회의 공동 성명이 나왔으니 그것을 참고하면 좋겠다.

사드 배치 자체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시민들에 대한 정부와 보수언론의 태도는 더 큰 문제다. 성주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어지고 길어지니, 정부와 언론들, 특히나 종편 방송들에서는 성주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반대하는 목소리를 외부 세력으로 몰아세우려는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정치적인 의도도 비민주적인 것이지만, ‘외부 세력’이라는 말 안에 담겨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와 무지 역시 큰 문제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의회를 구성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모든 시민이 공적 영역의 문제에 대해서 참여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통령도 그러하고, 의회 의원들 역시 시민들을 대리하는 것이지 그 뿌리는 결국 시민의 의사이다. 이런 의미에서 가톨릭 사회교리는 국가보다 시민사회가 우위에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므로 국가는 시민사회와 시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하고, 다른 편으로 시민은 공적 영역의 문제에 대해서 계속해서 의사를 개진하고 의사 결정에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참여는 시민으로서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는 “민주주의의 모든 질서를 이루는 주축 가운데 하나이고 민주주의 체제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실제로, 민주 정부란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과 관련하여 국민을 위하여 행사되는 권한과 역할을 얼마나 부여받는지에 따라 규정된다. 따라서 모든 민주주의가 참여 민주주의여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190) 그러니 참다운 민주주의에서는 외부 세력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에 정부와 보수 언론은 마치 사드 배치가 성주라는 지역의 문제라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고, 그래서 성주 주민이 아닌 외부 세력은 개입하지 말라는 태도를 보인다. 사드 배치가 어느 한 지역의 문제도 아닐뿐더러, 설령 지역의 문제라 하더라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보장해야 한다. 그럼에도 외부 세력을 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와 공화정의 시민을 배제하겠다는 뜻 밖에 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서, 성경은 우리에게 차라리 외부 세력이 될 것을 요구한다. 루카 복음의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루카 10,29-37)는 가장 힘든 이에게 측은한 마음으로 다가설 것을 요구한다. 동족이었던 사제나 레위인은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는데, 사마리아 사람은 굳이 동족도 아니면서 다 죽어가는 사람과 이상하게 엮길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다가서는 사람이야말로 예수님께서 명하신 “이웃”이 되는 길이고, 참다운 사랑과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된다. 그리스도교의 사랑은 자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것을 내어놓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참다운 사랑은 가난한 사람들을 ‘선택’하고, 목소리 없는 이들의 목소리(advocacy)가 되어주어야 하고, 그들의 편에 서는 것이다. 지금 성주의 시민들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1998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10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가톨릭대 신학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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