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95호 2016.05.22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성부 성자 성령” 한 분이신 하느님

삼위일체 대축일 (요한 1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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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 성자, 성령이 위격으로는 서로 구분되지만, 하나의 본체를 이룬다는, 곧 한 분 하느님이시라는 삼위일체 교리는 이성적으로 이해하기도 어렵고, 우리네 언어로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를 두고 신비라고 부릅니다. 성령의 이끄심 없이는 알 수 없는, 계시를 통해서만 알게 되는 진리란 말입니다.

왜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교리를 믿는 걸까요? 그것은 신앙 역사 안에서 한 분이신 하느님이 세 다른 위격으로 계시되고 체험되기 때문입니다. 머리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성경 안에서, 또 역사 안에서 한 분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이자 만물의 근원이 되시는 아버지 하느님으로,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오셔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목숨을 내어놓으신 아들 하느님으로, 진리를 깨우쳐 주시고 보호해 주시며 이끌어 주시는 성령 하느님으로 각각 달리 체험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삼위일체 교리를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인간 언어로 풀어 보려 했습니다만 직접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만 깨달을 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셋이 하나라는 말은 어떤 인간 논리로도, 말로도 설명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삼위일체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명하려면 유비적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는 가족 공동체를 예로 들어 삼위일체에 관해 간단하게나마 설명하고자 합니다.

가족은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로 별개의 삶을 살아가지만 사랑 안에서 하나로 묶여 있는 운명 공동체입니다. 가족 간의 사랑이 크면 클수록 모든 구성원들은 서로가 더욱 하나라는 것을 체험하게 되는데, 우리는 여기서 셋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삼위일체를 설명해 보면 이렇습니다. 삼위일체이신 성부, 성자, 성령은 서로 구분되지만, 세 위격 간의 사랑이 너무나 크고 완전하기에 결코 분리되지 않는 온전한 하나의 실체를 이루고 계시다고 말입니다. 이 삼위일체의 사랑이 너무나 크고 넘치는 나머지 밖으로 흘러나와 세상이 창조되고 생명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이 사랑은 모든 만물이 당신께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흘러넘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유비적 설명만으로 삼위일체 하느님을 온전히 설명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가족 구성원들은 아무리 긴밀하게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개개의 몸을 지닌 존재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삼위일체 하느님은 원래부터 한 분 하느님이셨고, 영원히 한 분 하느님이십니다. 이러니 참 이해하기도, 설명하기도 어렵다는 말이 나옵니다. 어찌 보면 신비 속에 계신 하느님을 이성적으로 이해하여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삼위일체 하느님이 적어도 신앙 안에서 계시되고 체험되기 때문에 하느님에 관해 이렇게나마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교회는 오랫동안 교회 공동체를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모상으로 여겨왔습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기에 삼위일체 하느님을 많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한 분 하느님의 자녀로서 한 가정을 이루며 서로 사랑을 나눔으로 한마음 한몸이 됩니다. 그리고 구성원들 간의 사랑이 넘쳐흘러 세상 모든 이들에게 새 생명을 전해 주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삼위일체 대축일을 지내면서 어려운 교리를 붙들고 이성적으로 씨름하기를 잠시 접어두고 교회 내의 모든 공동체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모상으로 거듭나 모두가 교회 공동체를 보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합시다. 그러면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를 보는 모든 이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고 깨달으며 받아들일 것입니다.



염철호 신부 :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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