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89호 2016.04.10. 4면 

[사회교리 아카데미] 찬미받으소서

지구를 위한 우선적 선택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신설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공동의 집’ 지구 지키고 가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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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조영남

 

2016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생태환경위원회’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산하 환경소위원회를 확대하고 승격하여 신설한다고 하니 더더욱 잘 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에는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드러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류 공동의 집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연민 때문이었다고 하니, 보편교회 목자의 깊은 성찰을 자신들의 것으로 삼고 지역의 문제를 돌보는 한국 주교단에도 감사드릴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깊은 생태적 성찰은 여러 모로 우리 시대에 큰 울림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교리의 역사에서 커다란 이정표가 된다. 아일랜드의 신학자 도널 도어에 의하면, 사회교리의 역사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다. “이것은 그리스도교적인 사랑의 실천에서 그 편을 먼저 선택하는 특별한 형태의 우선을 말하는 것으로, 교회의 전통 전체가 이에 관한 증거를 갖고 있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사회적 관심」 제42항) 실제로 사회교리의 첫 시작은 “근로자들 대부분이 부당하게도 비참한 처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을 마음 아파하던 최고 목자에 의해 “점차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지게 되었으며, 인정머리 없는 고용주들의 무절제한 경쟁의 탐욕에 무참히 희생”되는 노동자들을 변호하고, “극소수의 탐욕스런 부자들이 가난하고도 무수한 노동자 대중에게 노예의 처지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멍에”(레오 13세 「새로운 사태」1항)를 뒤집어씌우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런 면에서 사회교리는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대한 교회의 사랑어린 응답이라고 볼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걸음 더 나아가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지구의 울부짖음에 연결시킨다. 이러한 통찰은 무엇보다도 먼저, 지구의 오염과 기후 변화, 그리고 물의 부족과 생물 다양성의 감소 등 지구가 겪는 아픔은 고스란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예를 들면, 물이 부족하면 깨끗한 물을 사먹을 수 있는 부유한 사람들 보다는 물을 사먹을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가 돌아간다. 핵 방사능을 비롯한 지구 오염에 더 많이 노출된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과 약한 사람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로, 가난한 이들을 울부짖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똑같이 지구를 울부짖게 하는 근본 원인과 다르지 않다는 반성이다. 즉, “기술관료적 패러다임은 또한 경제와 정치를 지배하고자 합니다. 경제는 이윤을 목적으로 모든 기술 발전을 받아들이며 인간에게 미치는 잠재적 악영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많은 집단은 현대 경제와 기술이 모든 환경 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또한 비전문적인 언어를 동원하여 전 세계 기아와 빈곤이 단순히 시장의 성장만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그러나 시장 자체가 온전한 인간 발전과 사회 통합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찬미받으소서」 109항)

마지막으로, 인류가 우주만물을 자신에게 이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서 이제 인류가 우주만물의 일부이고 우주만물을 벗어나서 살 수 없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지구는 우리에게 자연자원을 가져다주는 원천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고 함께 가꾸며 가야 할 우리 ‘공동의 집’인 것이다. 이렇게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의 울부짖음은 고스란히 우리의 울부짖음이고, 특별히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이 아닐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에 더해서, 지구를 위한 우선적 선택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며, 한국주교단은 최고 목자의 호소에 ‘생태환경위원회’의 신설로 응답한 것이다.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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