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6.05.13. 11면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4> 복음의 기쁨

아픈 이를 찾아가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는다면

 

PBC 부산평화방송 주조정실에서 '다정다감 다섯 시' 생방송을 지켜보다 서정홍 시인의 '시인농부의 민들레 편지' 코너를 들었다.

시인은 현재 경남 합천 황매산 기슭에서 농사를 짓고 시를 지으며 산다. 방송에서 시인은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느라 한창 바쁜 요즘 농촌에서 효자와 불효자를 구분 짓는 방법을 소개했다. 봄에 농촌에 사시는 부모님을 찾아오는 자녀들은 효자이고, 가을에 찾아오는 자녀들은 불효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님을 염려하는 마음에 오는 자식들은 봄에 오지만, 수확물을 가져가기 위해 오는 자식들은 가을에 오기 때문이다. 자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연세 드신 부모님께서 땀 흘려 키우신 결실을 가져가는 것이다. 우리는 각박하게 돌아가는 도시 생활 속에서 이익을 따져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부모님을 같은 방식으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에는 이익의 많고 적음에 따라 움직이는 관계와 이익을 떠나 서로 눈을 맞추고 공감하기 위한 인간관계가 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재빨리 자신의 이익을 따지는 것에 익숙해져 가는 우리 모습을 본다. 특히 예수님의 길을 따라 모든 것을 내어주며 너와 나를 살리는 삶의 방식을 좇아 살아가는 것이 참된 기쁨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생활과 교회 운영은 반대로 해나가는 신앙인의 모습을 교회 안에서도 발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교회의 구성원이 안이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권고한다. 교회가 보신주의와 패배주의에 빠져 점점 문 안으로 들어갈 때, 교회는 점점 복음의 생명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런 교회 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히려 변두리로 나아가서 스스로 지킬 힘이 없는 이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한다. 교황은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있는 난민 캠프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아내를 잃고 교황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한 가장을 안아주었고, 철조망에 갇힌 자신의 모습을 그린 아이들의 그림을 받고 마음 아파했다.

교황은 "난민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들도 얼굴이 있고 이름이 있으며 자신들의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익에 따라 관계를 맺어가는 우리가 모이고 모여 국가도 인도주의적 요청에 귀를 막고 국가의 이익을 따지는 동안 난민은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국제신문 애독자들부터 자신의 몸을 낮추어 우리 지역 사회 안에서 스스로를 지킬 힘이 부족한 이들의 눈을 바라보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면 어떨까?

개발 논리로 자신이 살던 집에서 쫓겨나가야 할 운명에 놓인 이들,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2년마다 직장을 바꿔야 하는 이들, 구조조정으로 실직의 위험에 처한 아버지들이 있다. 종교인들이 자신의 구원만을 위해 아픈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는다면 교회는 점점 세속화되어 예수님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다.

오늘 우리부터 공감함으로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으면 어떨까? 이런 물결이 큰 흐름이 되도록 국제신문과 함께 저와 부산평화방송도 오늘도 열심히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방송한다. 

PBC 부산평화방송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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