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6.08.05 11면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7> 형제적 사랑, 폭력을 극복하는 방법

테러에 테러로 대응하는 꾐에 빠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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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프랑스 루앙대성당에서 열린 자크 아멜 신부 추모미사. 장례 미사가 열리는 동안 고인의 사진이 성당 한 쪽에 놓여 있다.

 

지난 2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루앙대성당에서는 천주교 노사제의 장례미사가 거행됐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에 의해 미사를 드리던 중 살해된 자크 아멜 신부를 위한 미사였다. 이 미사를 주례하던 도미니크 르브룅 루앙 대주교는 자크 아멜 신부의 죽음을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대립으로 보는 관점에 반대하며,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든 죽음과 폭력을 거부함을 드러내는 기회로 만들자고 강론했다.

또 장례미사에 참석했던 추모객들도 아멜 신부의 사진과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 한 구절인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이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고 행진했다. 우리는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에게 분노하고 보복하려 한다. 최소한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마련하려 한다. 하지만 천주교회는 이번 폭력에 정반대 모습으로 대처하고 있다.

올해 7월 31일 폴란드 세계청년대회를 마치고 이탈리아로 돌아가던 프란치스코 교황도 비행기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도 자크 아멜 신부의 죽음에 마음 아파하지만 극단주의 IS는 더 이상 종교인이라 할 수 없으며, 이 사건으로 모든 무슬림을 폭력주의자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소수에 불과하며 대다수의 무슬림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청년대회 중 만약 이 사건으로 그리스도인들이 미움을 통해 미움을, 폭력을 통해 폭력을, 테러를 통해 테러를 극복하려 한다면 테러리스트들의 꾐에 빠져들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형제적 사랑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신자를 포함해 예수님의 길을 따르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수님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사람들이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의 몰이해와 미움으로 인해 받았던 수난과 죽음이라는 폭력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구원의 길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사람들이다. 예수님께서도 체포되실 때 베드로가 폭력을 써서 예수님을 지키려 하자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칼을 잡는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 (마태 26,52) 고 말씀하시며 폭력에 저항하지 않고 끌려가셨다. 또한,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던 사람들을 용서해달라고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며 돌아가셨다. 따라서 루앙 대주교의 강론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자회견도 이런 예수님의 길을 조금이라도 닮아가려는 노력이며, 예수님의 길을 따라 교회를 이끌어야 하는 교회 지도자들의 고민을 드러낸다.

 

폭력에 대처하는 세계 천주교회의 모습은 요즘 우리나라의 성주 사드 배치를 두고 일어나는 사회적 갈등, 개성공단 폐쇄 같은 북한과의 경제 협력 중단을 둘러싼 이견처럼 사회의 중대 사안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물론 천주교회는 정당방위를 윤리적인 것으로 본다. 하지만 폭력에 더 큰 폭력으로 대응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우리 사회에 폭력에 대응하는 궁극적인 방법은 더 큰 폭력이 아니라, 용서와 자비이며 형제애라는 점을 제시한다.

우리 사회가 화해가 아니라 칼을 준비한다면 오히려 상대방의 논리에 빠져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PBC 부산평화방송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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