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80호 2016.01.31. 18면 

[복음생각] 나의 예언적 사명은 / 염철호 신부

연중 제4주일(루카 4,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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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는 기원전 7세기 말 바빌론 제국이 이스라엘을 쳐들어 왔던 시기에 활동했던 예언자입니다. 이스라엘에서 예언자들은 하느님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암흑기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예언을 한다는 것은 큰 위험이었습니다. 특히, 백성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듣기 싫어하는 내용을 담은 하느님의 뜻을 전해야 할 때는 자기 민족에게 외면당하는 결과까지 참아야 했습니다. 이는 예언자 예레미야의 삶에서 충분히 확인됩니다.

예레미야는 하느님의 뜻을 전하다가 이방인들에게는 조롱을, 동족에게는 박해를 받습니다. 임금으로부터는 죽음에 대한 위협을 받고, 체포되어 동굴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가족들에게마저 외면당해서 외톨이가 되어 친지들의 혼인 잔치에도,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생애의 마지막에는 이집트로 도망치던 동료들에 의해 이집트에 끌려가던 길에 살해당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렇게 보면 예레미야는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는 너무나도 비참한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한 예언자였습니다.

오늘 1독서는 하느님께서 예레미야에게 이러한 소명을 맡기는 장면입니다. 아마도 예레미야는 예언자의 삶이 어떠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느님의 부르심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이런 예레미야에게 하느님은 당신이 함께 있을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예레미야와 같이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예언자의 모습을 복음서의 예수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초기에 나자렛을 방문하십니다. 그리고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이사야 예언자의 두루마리를 펼쳐 읽으시는데, 오늘 복음 환호송에 그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주님이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게 하셨다.” 그리고는 이 성경 말씀이 바로 당신으로 인해서 이루어졌다고 설명하십니다.

그런데 나자렛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인간적으로 너무나 잘 아는 예수가 하느님에게서 온 메시아라는 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예수의 가르침 자체가 자신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자렛 사람들은 자신들의 완고한 마음을 힐책하는 예수를 끌고 고을 밖으로 가서 벼랑 끝에 가 그를 떨어뜨리려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십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시는 모습은 우리에게 중요한 점 한 가지를 떠올려 줍니다. 사람들은 결코 하느님과 함께하는 예수님을 죽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납니다. 사람들은 그의 목숨을 빼앗지만, 하느님은 그를 다시 살려 주십니다. 사람들은 결코 그분을 영원한 죽음에 빠트리지 못할 것이고, 그분의 입을 막지 못할 것이며, 하느님의 계획을 방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학자들은 나자렛에서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루카 4,21-30을 두고 루카 복음서 전체의 결론을 미리 알려주는 대목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예언직에 참여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뜻을 선포하는 예언자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가르침, 곧 하느님의 뜻을 선포하고, 실천하며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조롱을 받을 수도 있고, 외로운 삶, 고난의 삶, 손해 보는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가 억울하게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예레미야 예언자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보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예언적 사명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 누구도 참된 예언자의 입을 막을 수 없고, 그를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계획을 망가트릴 수 없을 것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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