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88호 2016.04.03. 23면 

[복음생각]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 염철호 신부
부활 제2주일(요한 20,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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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의 부활 이야기는 부활과 관련해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알려줍니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는데도 집 안으로 들어오시는데, 이는 부활한 몸이 현재의 이 몸과 차원이 다른 몸임을 알려줍니다. 이는 우리 부활과도 직결되는데 부활 때 이 몸이 그대로 부활한다면 우리는 라자로처럼 다시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병이 있는 분들은 지병을 지닌 상태로, 나이 들어 죽음을 맞은 분은 나이 든 상태로, 어릴 때 죽음을 맞은 이는 어린이의 모습으로 부활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면 부활은 십자가를 두 번 지게 하는 사건에 불과합니다. 이에 대해 요한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이 현재의 몸과는 차원이 다른 몸이었음을 증언합니다.

물론, 부활한 몸이 지금과 차원이 다른 몸이라 해서 우리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부활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복음서에 따르면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여기서 부활은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고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그런 변화된 몸으로 되살아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육신의 부활입니다.

요한이 이야기하는 또 한 가지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항상 주간 첫날에 나타나셨다는 것입니다. 주간 첫날은 안식일 다음 날인 주일입니다. 그래서 초대 교회 때부터 신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주일마다 모여 왔습니다. 물론 승천 사건이 있은 뒤 제자들이 만난 예수님은 승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승천 이후에는 더 이상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을 보거나 만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자들은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먹고 마시면서, 쪼개어진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오시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루카 복음서의 엠마오 이야기는 이런 부활 체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자들은 쪼개어진 빵의 형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 만졌으며,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다가오시는 예수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써 부활하신 예수님과 하나 되었습니다.

이런 신앙생활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다가오는 예수님을 직접 보고 만지며, 받아 모심으로써 부활하신 예수님과 하나됩니다. 하지만 가끔 인간적 생각으로 부활을 직접 보지 못했음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는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우리들의 생각을 알기라도 하시는 듯 토마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십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어찌 보면 토마스 사도는 예수님의 부활을 직접 보지 못하면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대표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종종 토마스처럼 이야기하곤 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이런 우리들에게 예수님은 오늘도 이야기하십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부활을 직접 보고서 믿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 이들은 제자들처럼 목숨도 내어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부활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음에도 부활을 믿고 십자가를 지고 산다면, 그 믿음은 부활을 보고 믿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습니다. 그런 이들이야말로 진정 더 행복한 이들이 분명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계십니다. 나는 과연 쪼개어지는 빵의 형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기꺼이 그 몸과 피를 받아 모시고 있습니까? 아니면 토마스 사도처럼 직접 보지 못하면 믿지 못하겠다며 버티고 있습니까? 다시 한 번 우리의 부활 신앙을 점검하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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