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13호 2016.10.02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의인은 성실함으로 산다” 

연중 제27주일 (루카 17,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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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독서의 하바 2,4는 “의인은 성실함으로 산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성실함’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 ‘아무나’는 ‘확고함, 성실함, 충실함, 믿음’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히브리어 구약성경을 그리스어로 옮긴 70인역 그리스어 성경은 이 구절의 ‘아무나’를 ‘피스티스’로 번역하는데, 신약성경에서 ‘피스티스’는 ‘믿음’이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흥미롭게도 사도 바오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구원된다고 말하면서 하바 2,4를 인용하는데, 이때 70인역 그리스어 성경 번역에 따라 ‘피스티스’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우리 말 「성경」도 로마 1,17을 “의인은 믿음으로 살 것이다”로 옮깁니다. 하지만 이 표현은 본래 하바 2,4에서 인용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하바 2,4는 사도 바오로가 믿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종종 우리는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강조할 때 믿음을 그리스도에 대한 감정적 열정이나 믿음을 통해서 오는 심리적 안정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오로 사도가 인용하고 있는 하바 2,4는 이 믿음이 단순히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 불의와 재난, 억압과 폭력, 시비와 다툼 앞에서도 끊임없이 하느님께 충실히 살아가는 대단히 실천적인 것임을 분명히 알려줍니다.

물론, 하바 2,4에서 하느님께 충실하다는 것은 하느님과의 계약에 충실한 것, 곧 율법을 충실히 지키는 것이고 로마 1,17에서 믿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충실히 믿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곧, 바오로에게서 믿음이란 율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고, 그분의 가르침에 충실한 것이라는 점에서 하바 2,4와 다릅니다. 하지만 하바 2,4의 ‘충실함’이나 로마 1,17의 ‘믿음’이나 구약 전통 안에서 볼 때는 동일한 의미임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간혹 믿음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믿음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휩싸이는 일종의 신비 체험을 통해 주어지거나 강화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도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께 믿음을 더해달라고 청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제자들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고 말하라고 명하십니다. 신비로운 체험을 통해 믿음이 강화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당신이 전하는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게 살아가라는 말씀입니다.

사도 바오로도 오늘 2독서에서 티모테오에게 하느님의 은사를 불태우고, 주님을 위하여 증언하며,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할 것을 권합니다. 성령의 도움으로 자신이 맡은 훌륭한 것을 지키라고 권합니다. 믿음이 더해져 신비로운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거나, 하느님에 대한 확신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안정에 도취되지 말고, 자신이 믿는 바, 곧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가르침을 굳건히 지키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이처럼 예수님의 가르침에 충실한 이들을 두고 의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의인들은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하였기 때문에 영원히 살 것이라는 것이 오늘 독서와 복음의 가르침입니다.


염철호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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