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33호 2017.02.26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주님께 모두 내어 맡기는 삶

연중 제8주일(마태 6,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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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바빌론에 유배를 끌려가면서 주님께서 자신들을 버렸다고 원망했습니다. 주님께서 자신들을 잊으셨다고 생각하며 절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암울한 미래를 걱정했습니다. 이런 이들에게 이사야 예언자는 여인들이 제 몸에서 난 아기를 잊는 일이 벌어질지언정 주님께서는 결코 그들을 잊지 않으신다고 위로합니다(1독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역사를 이끌어 가시는 주님께서 당신이 계획하신 바를 잊어버리실 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사야서를 읽고 난 뒤 노래하는 화답송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내 영혼아, 하느님을 고요히 기다려라.” 지금 당장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하더라도 주님만이 “내 바위, 내 구원, 내 성채”이시니 흔들리지 말고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기다리라는 노래입니다. 우리의 영광, 구원이 하느님께 있고, 그분만이 나의 피신처이니 언제나 그분을 신뢰하고, 그분께 충실하자는 노래입니다.

오늘 봉독하는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도 우리에게 주님께 성실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를 심판하실 분은 오직 주님이시기에 어둠 속에 있다하더라도 믿음을 잃지 말고 주님께 의탁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는 어둠 속 숨겨진 모든 것을 밝혀주시고, 마음 속 생각을 드러내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내어 맡기라고 권고합니다. 내일에 관한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오늘 최선을 다해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나머지 모든 것을 알아서 마련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니 오늘 전례에서 봉독한 독서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주님께 대한 철저한 의탁을 가르칩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처한 어려운 현실에 좌절하여 하느님이 자신을 버렸다고 원망하곤 합니다. 또한 다가올 미래에 불안해하며 미래에 대해 좀 더 확실히 알려준다고 여기는 다른 무엇인가에 기대고 의지하곤 합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은 하느님께 더욱 굳건히 매달리라고 권고합니다. 그분께서는 결코 우리를 버리시는 분이 아니시니 현실에 좌절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하느님을 떠나 우상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분의 나라와 의로움을 찾으라고 권고합니다. 그러면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실의 어려움을 도외시하거나 미래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는 현실의 어려움을 충분히 느낄 필요가 있고,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현실에 발을 딛지 못하고, 자신이 어디로 나아가는지 제대로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어려움에 빠져 절망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면 우리는 결코 오늘 하루를 제대로 살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매일 같이 추구해 나가야 할 하느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제대로 찾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다시 한번 오늘에 충실하며 매일같이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고 있는지 되돌아봅시다. 현실에 좌절하며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여 하느님 외에 다른 우상을 찾으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봅시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하느님만이 나의 주님임을 받아들이며 그분께 더욱 충실히 살아갑시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반드시 우리의 바위, 성채, 구원이 되어 주실 것입니다.

 

염철호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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