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10호 2016.09.04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하느님 뜻에 모든 것을 맡겨라

연중 제23주일
(루카 14,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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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 곧 그분의 뜻이 무엇인지를 찾으며, 그분의 뜻을 지키는 것이 참으로 지혜로운 길이라고 가르칩니다. 세상의 창조주요 모든 사물에 이치를 마련해 놓으신 하느님의 뜻과 계획을 알고 그 뜻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참으로 지혜로운 삶이라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지혜 자체이시고 하느님만이 참으로 지혜로운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1독서의 지혜서는 인간 가운데 그 누구도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의 노력으로 지혜를 깨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죽어야 할 인간의 생각은 언제나 보잘 것 없으며, 속마음은 변덕스럽기 그지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이치를 아무리 많이 깨치고 있는 현자라도 인간인 이상 스스로 하늘과 땅의 모든 이치를 깨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느님께서 지혜를 알려주시지 않으면,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지혜로워질 수 없습니다.

신약성경은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만이 하느님의 지혜를 온전히 알고, 우리들에게 알려주실 수 있다고 선포합니다. 예수님이 하느님 지혜 자체이시라고 강조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도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지혜를 알려주십니다. 그 가르침은 바로 이것입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36)

인간적으로 볼 때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께서 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라고 말씀하시니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이끄심으로 복음에 눈을 뜬 이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이 참으로 지혜로운 말씀임을 압니다. 자기 가족, 자기 목숨마저 내어놓지 않으면 결코 하느님을 온전히 섬길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루카 14,33도 아버지, 어머니, 아내, 자녀, 자기 목숨 등을 “자기 소유”라고 바꾸어 표현하며 그것을 모두 버리라고 권고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신이 소유한 것을 지키려고 하며, 그것에 의지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모습은 하느님께로 나아가는데, 하느님의 지혜를 깨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오직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분만을 의지하는 삶을 살라고 권고하신 것입니다. 그래야지만 진정 예수님의 제자라고 불릴 것입니다.

물론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의도적으로 자기 가족을 미워하고, 자신을 미워하는 삶을 살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괜히 가족들 안에서 분란을 일으켜서도 안 됩니다. 다만, 가족이나 자신의 목숨을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며 그 소유만을 위해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가족이나 목숨이나 모든 것은 하느님의 소유이니, 하느님의 뜻에 따라 모든 것을 맡기고 살라는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나도 살고, 내 가족도 살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당신 바라시는 대로 나를, 또 나의 가족들을 이끌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염철호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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