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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성당

가톨릭부산 2016.05.28 11:21 조회 수 : 220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6.05.27 30면 

웨딩 성당

'아기가 태어나면 신사에서, 결혼식은 교회에서, 장례식은 절에서'. 일본의 풍습이다. 아기가 태어나거나 정월 초하루 설에는 전통 종교인 신도의 예법을 좇아 신사에 가서 참배한다. 장례식을 절에서 하는 것은 불교 문화의 영향이다.

   
 

그런데 일본의 젊은 남녀들이 결혼식을 교회에서 하는 것은 의외다. 일본 교회는 예배당보다 결혼식장으로써 쓰임새가 더 많다고 할 정도다. 일본 전체 인구에서 기독교 신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런데도 교회 결혼식이 많다. 신자가 아니어도 되고, 도심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 일본 사회에서 교회가 살아가는 법이다.

우리나라에서 종교시설은 종교에 머물지 않는다. 3·1운동 직후 수원 제암리 교회 학살사건이나 군사독재정권 시절 명동성당에서 보듯 우리 사회 최후의 도피처다. 제정일치의 원시사회에서 제사장이 곧 군왕이었으니 교회나 성당이나 절은 왕궁이었던 셈이다.

교회나 성당에서는 종종 결혼식도 열린다. 국화빵 찍어내듯 30분만에 한 쌍의 부부를 배출해내는 시중의 결혼식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엄숙하고 경건하다. 결혼식답다. 그런데 결혼식장으로서의 교회와 성당은 교인·신자들만의 공간이다.

천주교 부산교구가 새로운 형태의 성당을 짓는다. 동구 초량동에 지상 4층 규모로 내년 하반기에 건립될 초량가정성당이다. 명칭이 말해주듯 가정을 위한 성당이다. 이 성당을 이용하는 이들은 성당 인근지역에 거주하지 않아도 되고,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된다. 원한다면 이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도 있고, 성당을 찾아 가정의 고민을 상담할 수도 있다.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19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장발장은 갈 곳이 없다. 제 돈 내고 밥 한술 먹자고 찾아간 식당에서도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런 장발장을 따뜻하게 맞아준 곳이 성당이다.

미리엘 신부가 장발장에게 말했다. "이 집의 문은 들어오는 사람의 이름을 묻지 않습니다. 마음에 아픔이 있는지만을 묻습니다. 당신이 말하기 전부터 나는 당신의 또 하나의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나의 형제'입니다."

교회나 성당이나 절이 좀 더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결혼식 문호를 개방한다면 이른바 '작은 결혼식'이 우리 사회에 확산될 수도 있다. 열린 성당의 새 길을 찾아낸 천주교 부산교구가 대단하다.

김찬석 수석논설위원 chans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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