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판타 교구를 다녀와서
이원용 빅토리노 신부
부산 교구는 일본의 히로시마 교구와 필리핀의 인판타 교구와 자매결연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7일(수)~23일(화) 인판타에서 세 자매 교구의 교류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서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 소감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인판타 교구는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에서도 상당히 떨어져 있는 동부의 한 시골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 인판타는 마치 우리나라 시골의 ‘읍내’를 연상시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인판타에는 주교좌 성당이 있는데, 그곳에는 제대를 중심으로 벽면에 대형 그림들이 붙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제대 옆에는 농부 복장을 한 성모님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는데, 성모님은 한 손에는 예수님의 성심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여러 명의 작은 사람들을 품에 안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의 어머니’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모님께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시고 그들을 보살펴주신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이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판타 교구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지만, 예수님의 사랑으로 교회가 그들을 정성껏 보살피는 교구였습니다.
우리 일행이 머물렀던 곳은 인판타 교구내(內)의 ‘제네랄 나카르’라는 지역인데, 이곳에서도 교회의 사랑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04년 이 지역에는 큰 홍수와 산사태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집과 삶의 터전을 잃었는데, 이렇게 피해를 입고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한 사람들을 위해서 교회는 ‘요한 바오로 2세 마을’이라는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 주었고, 유기농 농장을 만들어 천연 비료 제조법을 비롯한 농업 기술을 전수해 주면서 일자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또 마을의 자매들에게 비누와 종이 제조법을 가르쳐 주면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도 하였습니다. 교회가 베푸는 이러한 사랑에 힘입어 마을 사람들은 하느님을 더 깊이 체험하였고, 홈스테이를 하는 가정에서 주일 미사를 함께 봉헌하면서도 그들의 뜨거운 신앙을 잘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부산 교구 14명의 사제와 히로시마 교구 3명의 사제 그리고 10명의 학생들, 우리 일행은 이런 인판타 교구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그리스도 안에 하나가 되는 일치감을 느꼈습니다. 이런 좋은 체험과 교류의 시간을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앞으로도 우리 자매 교구의 이러한 교류가 지속되고 또 발전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