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들 안에 교회의 일깨움
윤정현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미래상담복지대학원 신학과 학과장
2024년 2월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이 폐교하였습니다. 이미 2020년부터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과 MOU를 맺었기에 우리 교구 신학생들이 대구 신학교로 이동하였고, 부산 신학교가 있던 자리에는 사제 양성을 목표로 하지 않는 ‘대학원 신학과’가 설립되었습니다. 2025년 현재 이 대학원 신학과는 3기까지 졸업생 10여 명을 배출하였고, 현재 8명의 평신도 신학도들이 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신학과에서 평신도들이 신학을 배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사목자가 부족하기에 그 공백을 메우고자 평신도들이 준비해야 한다고 답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평신도는 성직자 부족을 메우기 위한 대체재가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평신도는 성직자나 수도자처럼 온전한 그리스도인이고 또 교회의 완전한 구성원인 하느님 백성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에 관해, 교회에 관해, 신앙에 관해 의문을 지니고 또 그 의문에 관해 연구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말해야 하겠습니다. 오늘날 ‘성직자(수도자)는 잘 알고, 평신도는 모른다’는 말은 통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속의 전문 분야는 이미 평신도들이 더욱 앞서가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문가들이 교회의 신앙에 관해 연구하지 않는 것 혹은 연구할 수 없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 교회가 ‘성직주의적’ 현실에 있다는 것의 반증일 것입니다.
오늘날 평신도의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말합니다. 유튜브의 수많은 클립은 종교적 지식을 향상시켜, ‘듣는 귀’가 고급스러워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계속 이어져오는 관행과 관념을 통하여 신앙의 이해를 이어가려 합니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통하여 자신만의 신념을 쌓아가는 것은 ‘신앙적’이지도 않고, ‘신학적’이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방법으로 ‘전통적’인 신앙을 배우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요구됩니다.
우리 교구는 이미 ‘신학원’의 운영을 통하여 평신도가 신학을 공부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부산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신학과는 평신도가 신학적으로 성장하여 교회에 여러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의견의 은사’(dono di consiglio)를 구체화하는 자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100여 년 전인 1922년에 로마노 과르디니(Romano Guardini)는 『교회의 의미』(Il senso della Chiesa)라는 책에서 “영혼들 안에 교회의 일깨움”(Risveglio delle Chiesa nell’anime)을 강조하였는데, 이 대학원 신학과를 통해 믿는 이들에게 교회가 일깨워지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