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원-언어의 고향에서 고향의 언어를 배우다
황덕진 라파엘라
우동성당 · 부산가톨릭신학원 야간반 2학년
칠순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하느님의 은총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 내가 신앙을 가지게 되면 가톨릭 신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언제나 부르고 계셨던 하느님의 부르심을 알아듣지 못하고 노년의 끝자락까지 왔다. 인간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겪고 나서야 하느님을 간절히 찾게 되고 부르심을 들을 수 있었다. 세례를 통해 당신의 자녀가 된 나를 하느님께서는 늦게 왔다고 책망하지 않으시고, 어린아이를 돌보듯 깊고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 주셨다.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오래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것처럼 흘러갔고, 그분의 자녀로 살아가며 새로운 언어를 배우듯 신앙의 세계를 체험하게 되었다.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이 커질수록 그 사랑으로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교회 제 단체 활동과 다양한 개인 신심 활동을 기회가 되는대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이렇게 좋으신 하느님을 가족과 친지를 비롯한 주변의 비그리스도인들에게도 전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다. 대대로 불교 집안인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가톨릭교회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하느님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신학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신학원 야간반에 등록하였다.
예전의 나라면 체력적으로 힘들어 포기했을 선택이었지만, 신학원에서 교수님들의 강의를 듣고 돌아오는 길은 엠마오로 가는 길의 제자들처럼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쁨의 시간이었다. 깊은 지식과 하느님에 대한 사랑의 영성까지 갖추신 교수님들과 직접 마주하며 배우는 시간은 큰 행복이었다. 밤바다의 등대지기, 어두운 밤 산길의 안내자, 삶의 이정표라는 말들이 더 이상 글 속의 표현이 아니라 나의 경험이 되었고, 나의 언어가 되었다. 막 세례를 받은 고령의 신자가 중도 포기하지 않고 행복해하면서 신학원을 다니는 것이 생경한 지 교우들이 “신학원 가니 어때요?”하고 물을 때면 “신학원은 캄캄한 밤, 초행길을 걷는 나의 앞에서 등불을 들고 길을 밝혀 주는 곳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하지 않고, 등불을 따라 걷기만 하면 목적지에 이르게 해 주는 곳입니다.”라고 답하곤 했다.
신학이 더 이상 신학생이나 신학자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에, 평신도들 또한 하느님과 그분의 섭리를 깊이 이해하고 책임 있는 신앙을 살아가기 위해 신학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부산교구 신학원 교수님들의 강의는 ‘신학’이란 하느님에 대해 더 알고, 그분과 더욱 친밀해지게 해 주는 공부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입학 전에는 구약성경의 낯선 모습 앞에서 좌절하곤 했지만, 신학원 수업을 통해 구약은 신약을 준비하고 신약은 구약을 완성하며, 성경 읽기는 하느님의 얼굴을 찾아가는 여정임을 알게 되었다.
신학원에서의 배움은 지금까지의 어떤 배움보다도 특별한 기쁨을 주었다. 이는 교수님들께서 지식 전달을 넘어, 하느님께 받은 사랑으로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 가르쳐 주셨기 때문이라 믿는다.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 주신 교수님들께 큰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언어를 체험하게 해 준 ‘언어의 고향’ 신학원에도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