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48호 2017.08.20 
글쓴이 이인경 안젤라 
제6기 사회교리학교를 수료하며
금 긋기에 대한 기억

이인경 안젤라 / 좌동성당

  어린 시절 저는 우리 모두가 같은 한국말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10대가 되어 세대 간 언어가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부모님들은 도무지 제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요즘 애들은 왜 저러냐?”어른들과 저 사이에 틈이 생겼습니다. 20대 시절 남학생들과 어울리고 연애를 하며‘남자들의 언어’는‘여자들의 언어’와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가 말을 하면 남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3가지로 귀결됩니다. 응, 아니, 침묵. 남자들과 저 사이에 금이 생겼습니다. 30대에 부산을 떠나 다른 지역에 사는 동안 지역의 언어가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들의 농담에, 지역 문화가 다른 저는 어디서 웃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들과 저 사이에 금을 그었습니다.
  40대인 지금 엄마, 직장인, 아내로 살며 우리 모두가 각자 서로 다른 자기만의 언어로 말하고 있는 걸 봅니다. 말이 안 통합니다. 저는 그들에게 탐욕스럽다고 하고, 그들은 제게 이기적이라고 합니다. 서로에게 무관심하자고, 무관심이 상책이라고 합니다. 저는 무관심이라는 금을 또 긋습니다.
  교황님은 자꾸만 가난한 이들에 대해서 얘기하십니다.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하십니다. 머리로는 받아들여집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제 마음은 다른 곳으로 향합니다. 제 이익을 따져봅니다.‘나 하나가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겠어?’마음에 계속 무관심이라는 금을 그어갑니다. 제 세계엔 오직 저뿐입니다.
  그래도 가끔 이런저런 의구심이 생겨납니다.‘세상을 살아가는데 그저 무관심이 최고일까? 한 사회가 행복해지는데 경제만 해결되면 될까? 더 중요한 무엇이 있을 텐데, 그게 뭘까?’
  그래서 저는 여기 사회교리학교에 왔습니다. 사람, 자연, 지구는 모두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빚어내신 피조물이며 예수님의 지체라고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가난한 이들, 오염된 자연, 파괴된 지구는 창에 찔리신 예수님의 상처가 아닐는지요. 돈으로 돈을 버는 이들을 부러워하며 노동하는 사람들을 가볍게 여기고 가난한 사람을 외면해온 저를 발견합니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금 너머를 바라봅니다. 무관심이라는 금을 지웁니다. 여기 와서 배웠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현실에서 제대로 세우는 방법은 복음의 지침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문화를 운영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깨어서 참여하고 함께 실천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사회 교과서에서 배우는 멋진 문장이나 가치가 아니라 살아 계신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첫발을 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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